음악, 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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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7년의 우리 음악계는 전국적으로 4백여회를 훨씬 웃도는 각종 음악회가 열려 그 어느 해보다도 성적으로 풍성한 한해였다. 내용적으로도 창작음악에의 관심, 젊은 층의 높아진 국악 감상열, 각종 「리사이틀」에서의 연주「레퍼터리」 확대 등으로 새로운 활기가 느껴지는 한해였다.

<올해의 수확>
귀국연주회 「러시」를 이루었던 금년 음악계는 그밖에도 작곡발표회·「그룹」연주회·국악발표회 등 각종 음악회가 연이어 열렸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렸던 「국제 청소년 음악대회」.
동양최초로 한국에서 열려 세계 20개국 94명의 청소년이 모여 함께 음악을 연주하고 우호의 폭을 넓힌 이 대회는 외형적으로는 해방이래 한국 음악계가 치러낸 최대의 행사였다.
이성주·백청심·조「트리오」등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의 젊은 연주가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계기가 되었던 지난 10월의 제2회 「대한민국 음악제」 또한 국내 음악계의 손꼽히는 행사.
그러나 외국과 국내연주가의 초청대상의 수준이나 음악제의 규모 등에 일관된 흐름이 없어 음악제 성격이 불분명하다는 점은 앞으로 시정돼야할 것으로 지적되었다.
한편 11월 공간사와 국제현대음악협회가 주관한 현대음악발표회에서의 미국인 「마이클· 란타」·황병기·강석희씨의 즉홍 현대음악 연주회는 우리나라 최초의 연주회로 현대음악연주사의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 같다.

<주목받은 연주자들>
금년에 음악회를 가진 연주자 중 두드러진 연주내용을 가진 경우로는 지난 9월 독일에서의 수학 후 귀국 독창회를 가졌던 「소프라노」 김은경씨를 비롯하여 「피아노」의 손국임씨·「산타체칠리아」재학 중 일시 귀국 독창회를 가졌던 「소프라노」 김영미양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난봄 성공적인 「파리」연주회에 이어 국내연주회를 가졌던 박민종씨의 「바이얼린」독주회 또한 수준 높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한편 지난 3월 김자경「오페라」단의 『노처녀와 도둑』 『무당』에서 첫 연출을 맡았던 문천근씨는 「오페라」연출자 부재의 한국음악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어 관심을 모았다.

<새로운 흐름>
또 한가지 지적하고 넘어갈 것은 서울과 지방도시와의 장벽이 틔었다는 사실이다. 국향을 비롯한 국립극장 산하 7개 단체의 지방 순회공연이 올 들어 본격화했고, 지방의 단체로는 부산시향·대구시향·대구계명「오페라」단 등이 이번 가을 서울 원정공연을 가졌다.
문화전반에 걸쳐 높아진 「우리 것에의 관심」과 함께 남도무악 「시나위」를 비롯, 판소리 등 국악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 전통음악 기능보유자의 각종 발표회와 연구가 두드러지게 활발한 것도 올해였다.

<빈약한 작곡활동>
문공부가 2백만원의 상금을 걸고 올해 처음 실시한 「대한민국 작곡상」은 우리 나라 창작음악계의 「양과 질의 빈곤」을 단적으로 증명했다. 즉 대통령상을 선발치 못하고 문공부 장관상 수상자 4명만을 선발한 것이다.
따라서 작곡진흥기금 지원, 심사대상작품 확대, 중견 또는 원로작곡가의 적극참여 등을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한국 음악계의 숙제로 남아있다.

<내한한 음악인들>
백건우 「피아노」독주회·정경화 자매들의 연주회 등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음악가들이 국내에서 연주회를 했다.
그밖에 화란의 「암스테르담·콘서트·헤보·오키스트러」의 내한 연주, 「피아니스트」「아슈케나지」, 「테너」 「루치아노·파바로티」 독창회, 「소프라노」 「안나·모포」등 세계 1급 연주가가 한국연주를 가졌던 것도 올해의 기억할만한 연주회였다.

<진전 보인 한국무용>
올해의 무용계는 약 30여회의 무용발표회가 열렸다. 그 중 두드러진 작품은 문일지씨의 『일무』와 배정혜씨의 『타고남은 재』. 두 작품 모두 한국무용의 양식화·무대화에 성공한, 예술정신이 깃들여진 올해의 수확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립「발레」단이 지난 봄 공연한 『백조의 호수』는 흥행적으로는 성공했으나 그 수준이 10년 전보다 크게 다를 바 없음을 드러냈다.
한국가면극연구회(회장 이두현)의 미국 순회공연과 한국민속예술단(단장 윤치오)의 「유럽」 11개국 순회연주 등은 우리 무용을 해외에 소개하는 데 따른 한국 전통무용의 원형보존과 현대화에 따르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작고한 음악인>
금년에 한국 국악계는 우뚝한 두별을 잃었다. 『민요집』 『창악대강』등을 저술한 원로국악인 박헌봉씨와 거문고의 명인 신쾌동씨가 특출한 후계자 없이 작고한 것은 우리 국악계의 커다란 손실로 여겨진다. <박금옥 기자>

<도움말 주신 분>
김형주(음악 평론)
박용구(음악 평론)
조동화(무용 평론)
조상현(음협 이사장)
황병기(이대 교수·국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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