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이 한국소개 기록영화 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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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김경철 특파원】
일본의 한 기록영화 제작자가 한국 국민의 갖가지 모습을 담은 이색적인 기록영화를 만들어 화제가 되고있다.
지난 9일 동경도 삼출구에 있는 고원사회관에서 상영된 『우리나라 만세-1977년 한국에서』라는 기록영화를 만든 사람은 기록영화감독 「야마야·데쓰오」(산곡철부·30)씨.
그는 지난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부인과 함께 방한, 동시 녹음의 8mm「카메라」로 한국서민들의 갖가지 모습을 담았다.
일제 때 식민지 교육으로 『천황이 신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았다』고 말하는 대폿집 할머니, 『일본 천황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면서 웃는 일본어 강습소의 한 주부, 「멸공」이라는 「마크」가 붙은 교련복을 입고 군사훈련을 받고있는 고교생 등의 모습이 실려있다.
이 기록영화는 또 고층「빌딩」이 늘어서고 자동차의 행렬이 끊어지지 않는 서울거리 모습과 농촌풍경을 담고있어 일본에 소개되지 않은 한국시민의 생활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야마야」감독은 일본의 「매스컴」이 김대중 사건이나 한·일 유착문제는 다루면서 한국 국민들의 모습은 소개해주지 않아 일본인이 한국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는 점을 통감해 이 기록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밝혔다.
영화제작이라고 하면 「비자」신청이 어려울 것 같아 신혼여행이라는 명목으로 관광「비자」를 얻어 방한했는데 촬영하다가 간첩으로 오인되기도 했다고.
한국 서민의 인상은 일반적으로 일본 서민과 비슷하게 느꼈다는 「야마야」씨는 한국사람이 일본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알고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화상영 후 재일 한국인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들었다는 「야마야」감독은 2차 대전 때 종군 위안부로 끌려간 한국여성에 대한 기록영화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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