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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목숨 값이 13년형이라니 … 판사의 고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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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법원의 살인죄 양형은 평균 13년, 사람 목숨값으로 적당한가.” 인천지법 문유석(45·사진) 부장판사는 최근 펴낸 에세이집 『판사유감(判事有感)』에서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법원 내부게시판에 자신이 올린 글을 모아 출간한 책에는 17년간 판사로 일하면서 법관들을 상대로 공유했던 사회에 대한 고민과 자신만의 해법이 담겨 있다.

 문 부장판사는 ‘사람 목숨의 값’이라는 글을 통해 양형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놓았다. 살인사건의 평균 형량은 징역 13~15년. 그는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논란에 휩싸인 것은 평균 수명이 80세까지 늘어난 요즘 사람을 죽인 목숨 값을 이 정도밖에 반영하지 않은 데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국민의 분노와 엄벌 여론을 인민재판식으로 맹목적인 추종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은 범죄라면 최소한 ‘유족과의 합의’보다 더 중요하게 이를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 식스센스 식 판결은 곤란’이라는 글에서는 판결문 쓰는 법관들의 오랜 관행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실컷 얘기해놓고 ‘다만’이라는 문구로 반전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판결문이다. 그는 “엄벌할 것은 엄벌할 사유를 힘줘 써야지 일반인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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