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의 낭만 가득한 호주 문학|「시드니」「펜」 대회 계기로 알아본 경향-추영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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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42회 국제「펜」대회가 11일터 1주일 동안 호주 「시드니」시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문학은 「아시아」와 「유럽」문화의 가교』 및 『태평양 지역 「아시아」 국가에 있어서의 새로운 문학의 탄생』. 모윤숙 문덕수 김용권 조병화 송숙영 최원규 강성희 정을병 이경희 이상보씨 등 한국 대표단 일행 10명은 8일 「시드니」를 향해 출국했다. 이번 호주 「펜」 대회를 계기로 현재 「콜롬보·플랜」에 따라 「시드니」대학교에서 호주 문학을 연구 중인 추영재씨가 오늘의 호주 문학에 대한 다음과 같은 글을 본사에 보내왔다. <편집자주>
광활한 대륙과 가혹한 자연, 그리고 원주민과 대치해야 했던 호주의 개척인들은 상호 협조와 의리가 그들 생활에 있어서 필수적이었다.
이 같은 19세기 호주 개척인의 생활의 단면은 「H·로슨」 (1867∼1922)이 이룩한 소위 「의리 문학」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그는 자연주의적 수법으로 개척인들의 전원 생활을 묘사했고 평범한 인간 속에서 삶의 참뜻을 찾으려 그는 영국 문학의 영향을 극복하고 참다운 호주인으로서의 각성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에서 미국 문학의 「마크·트웨인」을 연상케 한다.
호주 유일의 「노벨」 수상 작가인 「P·화이트」 (67)는 호주 문학의 얼굴이다. 초기 독특한 문체와 웅장한 「테마」로 영국 문단에 등단했던 그는 「엘리어트」와 「조이」의 경향을 띤 상징주의적 낭만파 작가라 할 수 있겠다. 「시드니」의 처녀 「로라」와 광활한 호주 내륙의 사막을 탐험하다 죽어 가는 「보스」와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보스』는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 8월 현대인에 대한 조소와 원주민 취급 문제·월남전·「우라늄」 채광 문제 등 국내외 문제들을 「모자이크」식으로 풍자한 『거대한 완구』란 희곡을 발표하여 또 한번 큰 성공을 거두었다.
「화이트」 외에도 「A·D·호프」 (70), 「J·리드」 (62), 「D·캠벌」 (72), 「R·D·피츠제럴드」 (75) 등이 활약하고 있다.
중견 층에서는 「T·케너리」, 「R·스토」 (42), 「T·아스도로」 (52)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최근에는 「F·무어하우스」 (39)가 『아메리칸 베이비』란 단편 소설을 발표, 주목을 끌고 있다.
「베스트셀러」의 하나인 이 소설은 오늘날 호주 젊은이들의 생활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호주 문학의 문제점은 독서 인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다수의 작가들이 저작 활동만으로는 생계를 유지 못하고 있다. 「화이트」는 다행히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아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출판마저도 여의치 못하기 때문에 호주 작가들은 명맥을 유지하기 의하여 국제 시장을 개척하거나 직장을 가져야만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65년 『경건』이란 작품으로 『「시드니」의 「제임즈·조이스」 출현』이란 평판을 얻은 「T·케너리」는 정력적인 저작 활동으로 이런 악조건을 극복해가고 있다. 그는 「가톨리시즘」의 인간을 「모델」로 한 『시인이여, 영웅이여, 여기에』 (67년 발표) 『효녀』 (71년 발표) 등의 작품들을 성공시켰고 74년에는 『피끓는 수녀 「로즈」』로 호주는 물론 영국과 미국에까지 진출하여 국제적인 작가로 등장했다.
그는 호주최 대의 문학상인 『대륙 발견 2백주년 문학상』, 『영국 주립 문학상』등 많은 상을 독차지했으며 영국 왕립 문학 회원 칭호를 받았다.
또한 최근 무명의 여류 작가인 「C·매컬러」 (40)는 『가시나무새들』을 발표하여 「베스트셀러」가 되고 「뉴욕」 출판사와도 2백만「달러」의 출판 계약으로 일약 억만장자가 되었다.
끝으로 68년 『나의 이름은 「티안」』, 74년 『암호』 등 소설을 출판한 한국인 「도 노·김」 (김동호)을 소개한다. 이곳 문단에 꽤 잘 알려진 김씨는 『나의 이름은 「티안」』에서 강대국들에 시달려온 월남의 소년 「티안」의 생애를 그림으로써 「휴머니티」를 역설했다.
한마디로 사양에 접어든 영국 문학과는 대조적으로 호주 문학은 희망과 활기에 찬 「베이 비」 문학이라고 작가 「T·케너리」는 힘주어 말한다.

<필자 주소>
International House Sydney University 96 City RoadChippen-dale 2008 N.S.W Austr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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