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권 주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7일부터 13일까지는 29회째 맞는 인권 주간이다. 이 때가 되면 으례 법원·법무부·변호사협회 등에서 기념 행사와 표창을 하곤 한다.
또 매년 이맘때에는 전국 법원장 회의와 검사장 회의도 열려 신중한 인신 구속과 인권 옹호를 다짐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사와 다짐은 그저 그것으로 끝나고 마는 것이 과거의 예였다. 그렇게 되니 일반 국민들은 새삼 인권 주간이니 인권 옹호니 해봐야 자기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것 같은 공소한 느낌을 갖게될 뿐이다.
사람에게 사람의 권리만큼 소중한 것이 없는데도 일반 국민들이 공적인 인권 행사나 다짐에 둔감하다면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물론 우리의 인권 상황에 완전히 만족해서가 아님은 말할 것도 없다. 인권이 비교적 잘 보장되고 있다는 북미와 서구 국가에도 그 나름의 내부 불만이 있는 것을 보면 그 둔감이 즉 만족의 징표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
그렇다면 결국은 공적인 인권 주간 행사나 인권 옹호에 대한 다짐이 일반의 감동과 호응을 잃고 있다고 보아야하지 않겠는가. 그런 행사와 다짐을 30년 가까이 반복하면서 실질적으로 개선해 놓은게 무엇이냐는 일종의 질책으로 받아들여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포괄적으로 인권이라고 하면 거기에는 인신에 관한 권리뿐 아니라 사람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제반 권리가 모두 포함된다.
다만 인권 주간 행사가 주로 법조인들에 의해 주도 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논의를 이 분야만으로 한정한다면 신중한 인신 구속과 공정한 재판, 그리고 적정한 변호로 요약될 수 있겠다.
신중한 인신 구속은 기회 있을 때마다 법조계 내외에서 강조되고는 있으나 실태는 별로 개선된 기미가 없다.
구속적 불심제가 폐지되기 직전인 72년이나 75, 76년이나 검찰이 청구한 구속 영장의 발부율은 92.4%, 93.3%, 93%선을 맴돌고 있다. 그리고 이 구속 피의자 중 23∼25%는 무혐의·기소유예 또는 불구속 기소로 재판 회부 전에 석방된다.
그렇다면 적어도 구속 기소되지 않고 석방될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피의자 중의 상당수는 구태여 구속까지는 안 했어도 좋았지 않았겠는가.
더구나 구속 적불심 제도가 폐지된 지금의 현실에선 일단 구속 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를 구제할 수 있는 길은 대폭 줄어들었다. 법관이나 검찰이 모두 인신 구속에 좀더 신중을 기해야만 될 또 다른 이유인 것이다.
인권이란 차원에서 적정한 변호라고 하면 우선 국선 변호가 문제된다. 국선 변호는 변호인을 사선할 능력마저 없는 연약한 피고인들을 검찰의 일방적 소추로부터 보호하여 국가 사법의 정당한 운영을 기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다.
그러나 이 좋은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작년 초 11명의 국선 변호인이 상고 이유서를 기일 안에 내지 않음으로써 상고가 기각되고만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그 대표적 예에 불과할 뿐이다.
이번 인권 주간을 맞아 변호 사회에서 지금까지 소홀히 했던 국선 변호에 보다 충실히 임하기로 다짐했다하니 기대되는바 적지 앉다.
아무튼 인권 옹호에 있어선 백번의 공소한 행사나 다짐보다도 한 사람의 인권을 지켜주는 구체적 실천이 더 소중한 것이다.
이 구체적 실천이 바로 인권 주간의 참뜻이기도 하다는 것을 모두가 깊이 인식해야 되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