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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관료」-일색 브레즈네프 체제|지역계파로 짜여진 「크렘린」의 권력 구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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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련의 「브레즈네프」 체제를 흔히 「테크노크라트」 집단이라고 한다. 공산당의 중심 계층이 거의 기술 관료로 채워져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데서 나온 말이다. 공산당이 「러시아」의 정권을 잡은 뒤 이러한 기술 관료의 진출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브레즈네프」가 들어선 뒤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우선 「브레즈네프」 서기장을 필두로 「코시긴」 수상, 제4인자 「키릴렌코」 정치 국원만 하더라도 각기 야금 전문 학교·섬유공과대학·항공 기술 대학 출신들이다. 권력의 핵심인 정치국·서기국의 현 지도층의 일반적인 전형이 이들에 의해 대표되고 있다.
「브레즈네프」가 절대적인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공산당 서기국과 정치국을 자기의 심복들로 대체하며 장악한데 있었다.
공산당에 의해 결정된 정책의 행정부에서의 집행 과정을 지휘 감독하는 기관이 서기국이다.
당기구 안에는 경제·군사·보안 등 사회 각 부문에 대한 전문 부서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 각 부서를 한사람의 서기가 관장하고 있다. 전 서기국은 서기장 밑에 소속되어 있으며 서기국의 서기나 부장은 행정부의 국가 관료보다 커다란 권력을 지닌다.
「브레즈네프」는 서기장 취임이래 이 서기국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64년 「흐루시초프」가 부각할 때의 12명의 서기 중 아직 남아 있는 인물은 「수슬로프」와 「포노마조프」2명뿐이다.
「브레즈네프」는 「키릴렌코」를 비롯, 「쿨라코프」·「우스티노프」 등 10명이 모두「브레즈네프」 이후에 발탁된 인물로 거의가 그의 측근들이다.
정치국은 공산당 대회의 대의기관인 중앙위원회 총회가 소집될 때까지 (연 3∼4회) 당의 활동을 지도하고 그 결의를 집행하는 기관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정치국은 모든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의결 기구이다.
이 정치국의 구성에 있어 「브레즈네프」는 「흐루시초프」 이래의 「멤버」를 대독 교체했다. 64년 당시의 14명 중 5명이 현재 남아 있으나 「키릴렌코」는 「브레즈네프」의 직계이고 「코시긴」·「수슬로프」 등 모두가 그에 대해 타협적인 인물이다.
특징적인 것은 이러한 당의 요직을 비롯, 행정 기관의 요소를 「브레즈네프」 인맥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브레즈네프」의 고향인 「드니예프르페트로프스크」주 출신의 동향인을 중용하는데서 「드니예프르·마피아」로 불리기도 하는 그의 인맥에서는 「키릴렌코」 「시체르비츠키」「쿠나예프」「체르넨코」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최고 당 간부들 사이에는 정치적인 입신 출세주의라든가 기회주의적인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서로간의 공포·의혹·긴장과 경계심은 극도에 달해 1백% 자기 소외감 속에서 살지 않으면 안 된다. 「브레즈네프」는 이러한 역관계를 교묘히 조종하며 장기 집권의 체제를 구축해왔던 것이다.
이러한 「브레즈네프」 체제도 오래지 않아 변화의 과정을 겪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 주된 이유는 수뇌진의 노령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이미 「브레즈네프」가 71세에 접어들었고 정치 국원의 평균 연령이 66세를 넘어 세대 교체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크렘린」의 인사를 분석해 보면 최고의 권력을 지닌 서기장의 등용은 당·군사·행정력을 비롯, 현직·건강·연령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현재로써 이 조건에 합당한 인물로는 우선 「쿨라코프」 정치 국원 겸 서기가 물망에 오른다. 그는 「브레즈네프」의 총애를 받고있는 외에 현재 당 서열 5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다음으로 「시체르비츠키」·「로마노프」도 물망에 오르고 있으나 「브레즈네프」의 「쿨라코프」에 대한 신임도로 보아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일당 독재 국가의 장막에 싸인 권력 암투의 실상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의외의 인물이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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