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암 싸워서 이길 수 있다 (10)|큰 기대 걸린 면역 요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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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형 선고를 받은 암 환자에게 염증이 생기니까 기적적으로 암이 치유되고 생명을 건지더라는 임상보고는 이미 19세기에 나왔었다. 이 같은 믿기 어려운 사실을 포착, 끈질기게 임상 실험을 실시한 미국의 외과의 「윌리엄·클리」 박사는 암 환자들에게 여러 균의 독소를 섞은 「박테리아」독소를 주사해 보았다.
도저히 가망이 없다고 판정된 16세 소년의 경우 신기하게도 독소 주사로 암이 줄어들더니 2개월 후에는 완전히 암 조직이 소멸되고 치유되지 않겠는가. 1893년의 일이다.
그로부터 80여년이 지난 오늘 세계의 학계는 이른바 면역 요법이 암 공략의 결정적인 무기가 되리라는 기대에 차 있다.
당시 「콜리」 박사는 그의 임상 시도가 인간의 면역 체계를 이용하는 것임을 전혀 몰랐었지만 어떻든 그의 「박테리아」독소 주사 요법은 면역 요법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었다.
일본 중외 제약이 17년 동안 무려 30억「엔」을 투입, 개발해낸 면역 증강제 「피시바닐」 (OK 432)은 바로 「콜리」 박사의 임상 시도에 의해 얻어진 획기적 결실인 것이다.
「피시바닐」은 세균의 일종인 용혈성 연쇄상구균을 「페니실린」 G로 처리해서 섭씨 45도로 30분 동안 열을 가한 후 냉동 건조시킨 것으로 인체의 암에 대한 저항 능력과 면역 기능을 증강시킴으로써 위암·간암·대장암·폐암·유방암 등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고 알려져 있다.
암이 발생하고 자라기 위해서는 인체의 면역 기능이 망가져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학자는 「로버트·굿」 박사 (미「슬로언·캐터링」 암 연구소).
『우리 몸에는 멋대로 미쳐 날뛰는 세포가 생기지 않도록 경찰 임무를 맡고 있는 책임 부서가 있는데 면역 체계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이 면역 체계에 고장이 생겨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미친 세포, 즉 암세포가 생겨 인체의 질서를 난폭하게 깨뜨림으로써 생명을 앗아가는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 망가진, 또는 약해진 면역 기능을 되살리고 증강시켜주는 면역 요법이 확립되기만 한다면 암은 이제 다른 전염병과 다를 바 없게 된다는 「굿」 박사의 말이다.
BCG 요법은 「피시바닐」 요법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면역 보조제 혹은 면역 증강제를 이용한 항암 요법. BCG는 결핵 예방 「백신」이다. 미국에서는 「에드먼드·클라인」 박사(「로스월·파크·미모리얼」 암 연구소)가, 「프랑스」에서는 「조르지·마테」박사가 암 환자에게 BCG 요법을 시행,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한번 폐결핵을 앓은 환자는 거의 암에 걸리지 않는 것을 보아도 BCG요법의 효능을 알 수 있다』-「마테」박사의 말이다.
현재 학자들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면역 요법에는 「피시바닐」과 BCG 외에 암에 대항하는 항체 주입법, 감작 백혈구의 주사 요법, 특정 암에 특수 감작된 임파구나 임파구 추출물의 주사 요법, 암 세포 자체를 이용하는 능동 면역 요법 등이 있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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