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승차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도시에서 「택시」 승차를 둘러싼 불편은 이제 시민들의 일상 생활 가운데서도 가장 큰 고통의 하나로 손꼽힐 만큼 그 정도가 지나치다.
「택시」 운전사들은 한낮에도 멋대로 승차를 거부하고 통금을 앞둔 밤시간에는 몇 배나 되는 부당 요금을 요구하는가 하면, 급한 손님을 태우고도 합승 승객을 찾느라고 이리저리 먼길을 돌며 느림보 운전을 하는 등 그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택시」 한번 얻어 타자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아귀 다툼을 벌여야 하고, 때로는 「택시」 손잡이에 매달려 10여m씩이나 끌려가며 운전사에게 태워달라고 애원을 해야하는 실정이다.
유쾌하고 친절한 가운데 거래돼야 할 교통 「서비스」가 시민들의 삶을 이처럼 짜증스럽고 고달프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택시」의 이러한 횡포를 막기 위해 교통 당국은 단속 강화와 함께 「택시」의 대폭적인 증거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택시」 운행 체제의 정상화는 「택시」 증차에 의한 용역 공급의 확대와 단속 일변도만으로는 이루어질 성질이 아님을 알아야한다.
이는 서울의 경우 올 들어서만도 3천8백대의 「택시」를 늘렸지만 시민들의 「택시」타기는 조금도 수월해지지 않고 오히려 승객과 「택시」간의 긴장은 더욱 고조돼 가고 있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택시」승차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먼저 「택시」 회사와 차주, 그리고 운전사의 3중 구조로 된 현행 「택시」기업의 전근대성을 탈피시키는데서부터 찾지 않으면 안될 줄 믿는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일당 도급제 아래 있는 「택시」 운전사의 임금 및 수금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현행 제도는 「택시」 운전사가 차주와 회사에 하루 1만5천5백원에서 1만7천원을 입금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여기다 운전사 일당 4천원과 세차비·휘발유값 등을 추가하면 「택시」 한 대가 하루에 벌어야할 금액은 최소한 3만7천원에 이른다.
「택시」 운전사가 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하루에 총 4백80km를 뛰어야 한다. 하루 영업시간을 15시간으로 잡아도 주행 시속 32km의 능률을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서울시내의 도로 조건은 평균 시속 20∼25km 밖에 달릴 수가 없게 돼 있다. 도심지대에서는 최악의 경우 시속 12·5km 밖에 못 뛴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 운행을 하자면 하루에 1만원 이상의 결손을 면치 못하게 돼 있다.
여기서 운전사들의 승차 거부·합승 강요·부당 요금 징수·교통 법규 위반 행위 등 횡포가 빚어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택시」 회사나 차주가 손익의 책임을 운전사에게 전가하는 영업 형태의 개선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택시」 기업의 경영 체질 개선으로 정상운행의 여건이 조성된 다음에야 시민 교통 수단의 봉사자로서 운전사에 대한 「서비스」정신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버스」증차, 지하 철망의 확대 등 대중 교통 수단의 용량을 늘려 「택시」에 몰리는 교통 수요를 분산시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자동차 증차 시책의 우선 순위도 현행의 승용차 위주에서 하루 빨리 대형대중 교통 수단 중심으로 전환돼야 함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기본 시책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는 한 승차난 해소는 물론, 편리한 「서비스」제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