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조 홍수환… 그는 다시 타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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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홍수환의 KO승은 기적 같은 한편의 「드라머」였다.
일찌기 권투 사에 이처럼 생동감 넘친 역전 극을 연출한「복서」가 있었을까. 홍수환의 역전 극은 노련미에서 폭발한 근성 때문이었다.
2회에 4번이나 「다운」을 당하고도 홍수환은 근성의 권투를 해 장대를 때려잡고만 것이다.
1만6천여명이 꽉 들어찬「뉴·파나마」체육관은 「곤잘레스」「파나마」부통령까지 관전, 흥분의 도가니였다.

<초반열전…홍 우세>
1회 「공」이 울리면서 홍이 왼쪽으로 돌며 가볍게 「레프트」로 선제하자 검은 피부의 「카라스키야」도 역시 왼손으로 응수해왔다.
홍이 「레프트」로 옆구리와 안면에 「더블·펀처」를 넣자 「카라스키야」도 왼손을 뻗어 응수.
홍의 「레프트·훅」에 이은 「라이트·어퍼커트」가 자주 나오고 「카라스키야」의 왼손「더블·펀치」가 맞서면서 「게임」초반부터 불붙기 시작했다.
한때 주심「레이·에슨」씨는 홍이 왼손을 「카라스키야」의 목에 감고 때린다고 주의를 줬으나 이후 홍의 「원·투」가 성공, 「카라스키야」의 코에서 피가 흘렀다.
이때 「공」이 울려 1회전이 끝났고 홍은 시간이 아쉽다는 듯 오른발을「매트」에 구르며 오른손을 아쉬운 듯 내리치며 「코너」로 돌아왔다. 홍이 우세한 「라운드」.

<악몽 같았던 40초>
2회 1회에서 자신을 얻은 홍은 계속 접근 전을 전개, 양「훅」으로 배와 안면을 가격했다.
「카라스키야」는 「레프트」와 「라이트」로 응수, 「스트레이트」의 위력성을 보여주곤 했는데 1분10초 때부터 파란만장의 「다운」극이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
두 선수는 중앙에서 계속서로 공격을 퍼부었는데 「카라스키야」가 왼손으로 홍의 얼굴을「카운터」성의 「더블·펀치」로 연타, 홍은 벌렁 엉덩방아를 찧으며 나둥그러졌다.
뜻밖에 「다운」을 당한 홍은 크게 맞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곧 일어나 「대시」 했으나 「카라스키야」의 미친 듯한 「원·투」세례가 계속 터져 또다시 왼손을 안면에 비껴 맞고 두 번째 「다운」을 당했다.
일그러진 얼굴로 다시 일어난 홍은 오히려 저돌적인 공격으로 파고 들어갔으나 또 다시「카라스키야」의 「라이트」를 맞고 세 번째 「다운」을 당했다.
홍은 세 번째 「다운」에도 오똑이처럼 또다시 일어났고 「카라스키야」와 미친 듯이 주먹을 교환하더니 어이없이 또다시 네 번째 「다운」을 당했다.
이때가 2분20초쯤. 네 번째 「다운」은 특별한 결정타를 맞은 것 같지도 않았는데 기력이 빠졌는지 「카라스키야」의 미는 듯한 「라이트·펀치」에 넘어가고 말았다.
집념의 홍은 또 다시 일어나 오히려 「원·투」로 응수하며 공격의 격돌을 벌였는데 10여 초 뒤 「공」이 울릴 때까지 생사를 왔다갔다하는 안타까운 고전을 겪어야만 했다.

<얼굴에 마지막 일격>
3회 「공」으로 2「라운드」의 위기를 넘긴 홍은 3회에 들어서자 맹렬한 공격을 감행, 거의 승리감으로 방심했던 「카라스키야」를 당황하게 했다.
홍은「링」가운데서 「원·투」를 안면에 명중시켜 「카라스키야」가 뒤로 물러나자 양「훅」과 「어퍼커트」를 연달아 터뜨리며 「로프」로 밀고 갔다.
계속된 홍의 폭발적인 공격에 「카라스키야」는 크게 당황, 「로프」에 기대어 상체만을 움직이며 공격을 피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홍이 역사적인 「복서」로 탄생하기 위한 결정타가 터진 것이 바로 이때인 39초.「레프트」로 「카라스키야」의 오른쪽 옆구리를 때렸다. 이때 「카라스키야」는 몸의 균형을 잃고 왼쪽으로 비틀하며 겨우 균형을 찾았다.
홍의 공격은 계속됐으며 「레프트」가 다시 턱에 명중, 「카라스키야」는 「로프」에 기대어 비스듬히 쓰러진 채 얼굴에 마지막 「레프트」를 맞아 끝내 침몰되고 말았다.
「레프트」를 턱에 맞고 「카라스키야」가 「로프」에 쓰러졌을 때 홍이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한 일격을 때릴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만일 「링」가운데였더라면 마지막 숨통을 끊은 주먹은 미처 날릴 수 없었던 것.
이래서 홍의 KO승은 더욱 멋지게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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