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청대초의 팔대산인 화-노안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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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청초의 화가 팔대산인(1626∼1705)은 명나라가 망한 것을 분하게 생각하고 세상의 속된 것을 미워하면서 명정의 세계를 헤엄치고 다닌 「아웃사이더」였다. 예술을 광기의 소산, 예술행위를 광인의 몸부림이라고 한다면 마땅히 그런 틀에 넣을 수 있는 예술가가 바로 팔대산인이었다.
고행승과 수도사로 한 평생을 산 그는 분방하고 사의적인 간필수묵화오화에 새로운 천지를 개척한 창조적인 화가였다. 그는 묘회의 현실성과 전형성을 강조하면서 끊임없는 실험과 변신을 통해서 새로운 예술세계를 창조했다.
본명 주답을 버리고 수많은 호를 쓰면서 그림을 그린 팔대산인의 몽롱하고 모호하면서 난해한 시, 측세와 역세로부터 균세로 귀납하는 서법, 독필(끝이 몽툭한 붓)로 빠르게 그린 수묵화 등은 모두 신비성·환상성·풍자성으로도 독보적인 존재였다. 이 그림 『노안도』(125×67㎝)는 네 마리의 기러기를 그린 것으로 활발 청신하고 천진난만하면서도 그의 긴장과 광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허영환<문화재전문위원· 중국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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