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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시장은 화재의 무방비지대. 매년 수차례씩 대형화재가 날 때마다 거의 똑같은 문젯점이 지적되곤 했으나 조금도 시정되지 않은채 시장마다 화인을 가득 안고 있다.
서울종로 4가와 5가 사이에 자리잡은 동대문시장·광장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도대체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광장시장인지 이곳 상인들도 잘 모를 정도로 복잡하다. 가연성상품들을 가득 쌓아 놓은 점포들이 합판정도로 구획돼 다닥다닥 잇대어 붙어있어 그야말로 미로를 이루고 있다.
점포에는 복잡한 배선으로 얼기설기 얽힌 규격미달 품의 전깃줄에 숱한 백열등이 매달려 열기를 뿜고있고 임시마룻방에는 전기장판이 깔려있거나 그 아래 연탄불이 이글대고 있다.
지금까지 시장화재의 대부분이 누전이나 실화에 의한 것임을 되새겨볼 때 이같은 실정은 시급히 고쳐져야 할 현실이다.
전국 6백62개에 달하는 시장은 대부분 개설 당시부터 시장법 및 시행령에 규정된 방화시설을 갖추지 않은채 허가를 받았고 소방시설 개선명령조차 잘 지켜지지 않았다.
이는 시장이 대부분 법인체로 되어 있어 주주격인 영세상인들이 소방시설에 출자해야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시장은 1천5백평방m (4백60평)마다 설치해야하는 방화구획이 제대로 안돼 있고 1·5mm두께의 철판으로 만들어져야하는 방화문은 나무로 되어있거나 규격보다 얇은 철판으로 되어 있음이 관계기관의 소방진단결과 나타났다. 「스프링쿨러」·소화전·소화기 등 소화시설의 미비는 물론 소방도로마저 노점상이나 좌판으로 점령돼 화재가 났을 경우 걷잡을 수 없게 마련이다.
자동화재 탐지시설조차 작동불량품이 많으며 대부분의 소화전이나 소화기마저 가득 쌓아 놓은 상품에 가려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 게다가 피난유도 등(표시)도 없고 상인들에 대한 소방훈련·대피훈련도 전혀 안돼 있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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