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게 던지는 죽음의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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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삶과 죽음은 한 덩이다. 삶에서 죽음은 ‘이미’ 확정된 미래로, 또 ‘아직’ 오지않은 현실로 언제나 함께 있다. 그 본질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춤 공연 ‘이미아직(AlreadyNotYet)’이 18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신작으로, 안애순 예술감독이 안무했다.

 제목 ‘이미아직’은 다양하게 해석된다. 몸은 ‘이미’ 죽었지만. 영혼은 ‘아직’ 떠나지 않은 경계 상태를 뜻하면서, ‘이미’ 죽은 자의 삶이 ‘아직’ 살아있는 자의 몫으로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작품은 안 예술감독 특유의 분절적인 몸 동작과 넋전(죽은 자의 넋을 받는 종이인형) 등의 오브제를 통해 죽음과 삶이 중첩된 이미지를 만든다. 서늘하고 아찔하게 그려진 죽음의 형상은 관객들에게 ‘삶의 연장선상에 놓인 죽음’을 자각하게 하면서, 동시에 무뎌졌던 삶의 감각을 일깨운다.

 남성 무용수 7명이 20분동안 펼치는 군무는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격렬하다. 숨을 헐떡이고, 옷을 벗어던지고, 입에서 거품을 흘릴 만큼 몸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간다. 삶과 죽음의 경계. 그 자리에선 인간의 모든 욕망과 감정이 무의미해진다. 죽음이 삶에 던져주는 메시지다.

 ‘이미아직’의 안무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전에 완성됐다. 하지만 죽음의 절망과 슬픔에 짓눌린 사회 분위기에 너무 잘 어울려 가슴이 더 먹먹하다. 안 예술감독은 이 작품을 두고 “예술이 현실에 위안을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위안이라기보다 채찍질이 되는 작품이다. 영화 ‘만신’의 음악을 맡았던 이태원 음악감독이 ‘음악동인 고물’ 연주자들과 함께 들려주는 구슬픈 전통 악기 가락이 산 자의 책임감을 더 무겁게 다그친다. 3만∼5만원. 02-3472-1421.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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