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쿠르베」·「뒤피」3거장 전 열려 풍성한 파리의 가을화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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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주섭일 특파원】「파리」의 미술계는 올해 전례 없는 3대 축제 속에 예술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샤갈」의 생전 「루브르」전시회와 「파리·코뮌」때 인민정부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유형 당했던 「쿠르베」의 사망 백년 전 및 금세기 초의 이색거장인 「라울·뒤퍼」의 탄생 백년전이 10월 들어 동시에 열려 가장 뜻깊은 한해로 기록하게 된 것이다.
특히 얼마 전 90년째 생일을 축하 받은 「샤갈」의 「루브르」전은 「지스카르」불 대통령이 직접 개막「테이프」를 끊어 전례 없는 축복을 받았다.
「루브르」에 전시된 「샤갈」의 작품은 지난 10년간의 근작 65점. 「파리」의 「오페라」좌 천장에 남긴 그의 위대한 무희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그의 작품은 추상이랄 수는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이번에 대표작으로 평가받은 『「파리」의 추억』이나『십자가로부터 내림』 등을 비롯해 모든 작품이 「러시아」적 바탕에 「프랑스」적 낭만이 멋지게 조화되었으나 『「샤갈」은 언제나 「샤갈」이라는 표현대로 조금도 변함이 없는 것이다. 「뒤피」의 탄생 백년 전은 고향인 「르아브르」에 이어 「니스」를 거쳐 「퐁피두」미술관에서 열리고있다. 「뒤피」는 금세기 초 야수파다, 입체파다 하는 새로운 물결을 거부한 유일한 거물임에 틀림없다.
18세기적 색감의 풍경과 정물들이 추상이 활개치는 「파리」에 기적적으로 등장한 것은 「뒤피」로 인한 대 이변이었다.
이번 백년 전을 통해서 1953년 그가 죽기까지 결코 얻지 못했던 독특한 「뒤피·스타일」이 찬양된 것은 단순히 추상에 식상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현대는 18세기적 풍경화를, 그 낭만시대를 갈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쿠르바」사망 백년 전은 항상 가난한 농부들이 「프랑스」적 들판에 등장 해 사실파임을 말해준다. 『풍속과 이념, 우리시대의 국면을 표현하는 것이 그림이다. 작가가 된다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도 된다는 것. 한마디로 살아있는 예술을 창조한다는 것이 바로 나의 과제다』고 설파했던 그의 작품들은 오랫동안 「부르좌」들에 의해 조롱의 대상이 되었었다.
각 신문들이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쿠르베」란 도대체 누구인가』라고 자문자답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며 「프랑스」는 「미레」처럼 잊었던 또 하나의 거장을 찾아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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