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연설 이모저모] 40분간 박수 한번도 안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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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정연설을 한 국회 본회의. 방청석엔 손길승(孫吉丞)전경련 회장 등 재계 지도부와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 등 주한 외교사절들이 자리를 잡았다.

강용식(康容植)국회 사무총장의 영접을 받은 盧대통령은 의장실로 가 박관용(朴寬用)의장, 3당 지도부와 15분간 환담했다. 이때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盧대통령이 "최대한 성의를 표하겠지만 요즘 대통령 값이 그 전보다 많이 떨어졌다"고 하자 朴의장은 "오늘 상당히 점수를 땄다. 대통령께서 파병의 당위성을 언급하면 곧 통과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盧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연설 서두에 "제가 운이 좋은 대통령이었다면 보다 많은 의원을 여당으로 모시고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말씀드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연설문에 없는 발언을 하자 한나라당 의석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크게 났다.

이후 "저 또한 언론의 부당한 공격을 받아왔고,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말할 때와 KBS 사장 선임과 관련해 "개입은 압력 행사를 의미하며, 저는 부적절한 정치적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할 때 등 서너차례 술렁임이 있었다.

연설 말미엔 원고에도 없던 KBS 사장 선임논란에 대한 견해를 10여분간 피력했다. 이런 탓인지 40여분간 연설하는 동안 박수는 단 한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계속 웅성거렸고 민주당 의원들은 침묵했다.

盧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 한나라당 의석 사이의 복도로 걸어나가며 김부겸(金富謙).이재오(李在五)의원 등과 악수했다. 그러다가 돌아서서 "어, 여기엔 한나라당 의원들만 있네요. 한나라당 의원들하고만 악수하고 가겠습니다"라고 민주당 의원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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