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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의 지방세 증가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급격한 증세시대일수록 조세부담의 배분을 신중하게 다루어야할 필요성은 높아진다. 우리는 지금 바로 그런 시점에 와있는 것이다.
국세든 지방세든 모두가 연율30%를 넘는 대폭적인 고율 증세 경향이 만성화하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조세정책에서도 종전과는 다른 차원의 깊은 배려가 절실해진다.
조세가 단순히 정부수요의 변화에 대응하는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제 자원의 부문간 안배에 더 큰 목적이 있다면, 고율 증세는 그만큼 더 세련된 배분기술과 합리적인 배분원칙의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70년대 이후의 조세행정은 이점에서 소홀한 데가 한둘이 아니었다.
국세는 그런 대로 여러 차례의 법적 정비와 행정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근대적인 조세체계로 정착되었다고는 보기 힘든다. 그러나 정작 큰 문제는 지방세에 있다. 본 난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한 바와 같이 현재의 지방세제는 조만간 근원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 우선 조세행정체계부터 고쳐야 한다.
내무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지방세행정이 방임되고 있는 한 지금과 같은 지방세의 불 합리는 고쳐질 수 없다. 행정의 완전한 지역자치제가 결여된 상태에서 가장 중요한 지방조세만 지방 단체에 일임되고 있는데서 모든 불 합리가 비롯되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지방세증가율이 무려 38·9%에 달한 사실도 이와 무관할 수 없다. 이 기록적인 증가율의 비합리성은 다른 경제지표와의 비교에서 금방 실증된다.
조세증가의 가장 일반적인 준거로 원용 뒤는 GNP의 명목성장률 25·1%에 비해서도 그렇고, 국세 증가율33·1%에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특히 국세의 대종이 기업부담인데 비해 지방세는 대부분 가계부담이므로 같은 부담증가라도 그 경제적 파급영향은 판이하다.
기업조세는 그것이 직세이든 간세이든간에 어떤 형태로든지 최종소비자에 전가될 수 있으나 가계가 부담하는 세금은 전가의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방세의 절대규모가 적을 때는 몰라도, 지금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전가할 수 없는 세금이 절제 없이 자꾸 늘어난다는 것은 세정의 차원이 아닌 사회적 형평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지방세의 세목별 배분을 보면 이런 우려는 더욱 두드러진다. 평균증가율을 상회하는 고 증가세목이 주민세·농지세·취득세·도축세 등으로, 소위 도시서민이나 농민들이 주로 담세하는 세목인데 비해 자동차세·면허세·마권세 등 고소득층이 주로 부담하는 세목은 그 증가율이 훨씬 낮다.
이런 세목간 불균형은 국세 세목간의 그것과는 달리 지방세가 징세위주로 부과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결국 현행 지방세체계는 절대규모의 증가율에서나, 세목간 균형에서나 또는 국세와의 조화에서나 모두 문제를 안고 있다. 이것을 고치자면 지방세의 중앙조정기능을 대폭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세와의 종합조정기구설치가 여러 차례 권고되었으나 아직도 진전이 없음은 유감이다. 중앙부처간의 진지한 재검토가 촉구되며, 이름뿐인 지방세심사기능도 크게 강화되지 않으면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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