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높은 근로자 소득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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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의「인플레」기조 속에서 근로소득세의 실질 소득과 형편 적 생활수준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는 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가는 작년에 15%오른 데 이어 금년도 12∼13%의 인상이 예상되고 있고 내년에도 별로 전망이 밝지 못하다.
여러 여건으로 보아 한국경제는 당분간 안정보다 성장에 크게 경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물가상승「무드」속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계층이 바로 근로 소득 자이다. 때문에 이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처가 취해지지 않으면 근로자의 실질소득 감소는 물론 재산소득과의 격차 확대로 사회적 형평의 유지가 곤란해진다. 근로소득의 상대적 저하는 건강하고 안정된 중산층의 유지·형성을 저해할 것이다.
쉽게 말해서 같은 소득이라도 20평 짜리「아파트」가 5백∼6백 만원 하던 작년과 1천만원 가까이 하는 금년과는 그 가치가 엄청나게 다른 것이며, 이렇게 근로소득의 상대적 비율이 낮아질수록 경로의욕은 저하되고 사회적 불만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금년 3월 현재 우리나라 총 취업자 1천2백57만 명 중 근로소득자가 6백25만 명이나 되며 또 이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노동계층에 대한 정책적 보급은 경제 성장에 대한 범 국민적「컨센서스」를 높이고 정치적·사회적 안정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현 여건에서 근로소득에 대한 정부지원은 소득세 조정이 가장 확실할 것이다. 그러나 현 소득세제는 세목 확보와 징수의 편의에 치중한 나머지 근로소득 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너무 미흡함을 누구도 부인치 못할 것이다.
각종 공제가 너무 적은데다가 세율이 급격한 누진구조로 되어 있어, 물가상승을「커버」하는 정도밖에 소득이 오르지 않아도 세금이 호되게 걸려 봉급인상 효과가 크게 상실되는 결과를 빚는다. 이것은 소위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는 20만∼30만원 짜리 봉급 층에 특히 심하다.
현 소득세법상 인적 공제액은 5인 가족기준 9만원인데 이것은 당연히 인상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연평균 물가 상승률을 10%정도로 예상했으나 실제 오른 것은 13∼15%선이고 실제생활과 가장 관련이 깊은 음식 품 비·주택비는 이보다 월등히 높게 올랐다.
이런 물가상승을 무시한 채 인적 공제액을 그대로 둔다는 것은 소득세의 누진부담을 높이는 결과가 된다. 인적 공제액은 물가상승에 따라 비례적으로 올리거나 어느 하한선 이상은 소득액의 일정 율로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급격한 누진세율인데 인적공제액마저 정액제로 경직되면 물가상승으로 인한 명목적인 임금인상이 고소득층으로 간주되어 호되게 세금을 무는 사태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인적공제액 인상이 국민조세에 어긋나는 조처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저소득자가 비록 소득세를 면제받아도 다른 각종 세금은 힘겹게 물고 있음을 생각해야겠다.
또 역진성의 부가세 등 각종 간접세의 확대는 근로소득자의 상대적인 부담증가라는 점에서 유일한 보호수단인 소득세엔 대담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증권 매매나 배당·이자·부동산 소득에 대한 세금을 생각할 때 한푼의 탈세도, 하루의 체납도 없는 근로소득세 부담이 얼마나 무거운가를 실감할 수 있다.
「인플레」추세 속에선 근로소득이 재산가치의 상승 및 재산소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돼 있는데 세금마저 이를 더욱 심화하는 방향으로 되고 있으니 근로 층의 기반은 점점 약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형평의 지나친 경사를 막기 위해서도 소득세법은 당연히 이번 국회 회기 중에 거론·개 정되어야 할 것이다.
헌법엔 국민에게 납세의 의무를 지우고 있지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도 엄연히 보장하고 있음을 상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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