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音 테너 '오페라의 봄'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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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트인 포르티시모에 작렬하는 황금빛 고음."

1997년 정명훈 지휘의 KBS 교향악단이 콘서트 형식으로 무대에 올린 베르디의 오페라'오텔로'. 이 작품에 출연한 테너 김남두(45)씨에 대해 기자는 이렇게 썼다.

6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그는 스핀토 드라마티코 테너(찌를 듯 강렬하면서도 극적인 목소리)로서는 국내 무대에서 확고 부동한 자리를 굳혔다.

지난 2월 말 참여정부의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가를 부른 네 명의 테너 중 한 사람인 김남두씨가 이달 '아이다'(제누스오페라단.5~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투란도트'(국립오페라단.24~2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등에서 연거푸 주역을 맡아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드라마틱 테너를 필요로 하는 작품은 제작비가 많이 드는 대형 오페라가 대부분이다.

한동안 김씨의 오페라 출연이 창작 오페라에 집중됐지만 지난해부터 '오텔로' '아이다' '투란도트' 등 자신에게 맞는 오페라들이 대거 상연돼 반가운 표정이다.

"보름 만에 다른 작품에 출연하게 돼 약간 힘들긴 하지만 둘 다 놓치기 싫은 오페라인 걸요. 오페라단이나 연출자.지휘자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이어서 욕심을 냈습니다."

김씨에게'아이다'와 '투란도트'는 모두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작품들이다. '오텔로'와 함께 그의 최다 출연작인 '아이다'는 그의 국내 오페라 데뷔작이다. 하루 전에만 통보하면 언제라도 무대에 설 수 있다. '투란도트'에는 1998년에 이어 5년만에 출연한다.

"5년 전 프랑스 디종에서 데뷔할 때는 칼라프 역 소화하기에 급급했죠. 솔직히 아무 것도 모른 채 무대에 뛰어들었어요. 지금은 상대 역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충분히 파악한 후 연기에 들어가니까 전혀 느낌이 다릅니다."

모교인 전주대에만 시간 강사 직함을 걸어 놓고 있을 뿐 가르치는 것보다 노래에 치중하고 있는 그는 국내에서 몇 안되는 '전업 성악가'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한달에 많게는 4~5회, 적게는 1~2회 무대에 섭니다. 출연료로 먹고 살 정도는 됩니다. 교수는 나이 들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저는 늦깎이로 데뷔한 만큼 좀더 오래 현역으로 남아 있고 싶습니다. "

김씨는 그랜드 오페라는 물론 '팔리아치'등 베리즈모(사실주의)계열의 오페라에도 자신이 있다. 올 여름엔 독일 극장에서 초청을 받아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만리코 역)에 도전할 계획이다.

"리릭 테너에 도전하면 목소리에 이상이 옵니다. 레퍼토리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욕심 부려선 안되죠. 항상 신인으로 데뷔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무대에 섭니다."

김씨는 음대 졸업 후 당구장과 음악학원을 운영하다 뒤늦게 이탈리아로 유학했다. 그후 유럽에서 활동하다 98년 귀국, 국내 무대를 누비고 있다. 공연문의 02-469-3658(아이다),02-580-1300(투란도트).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lully@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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