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쾰른」대 박물관장 로저·괴페르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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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안 앞 바다 인양유물에는 정말 매혹됐습니다. 박물관 감시자가 없다면 몇 점을 몰래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싶을 정도로 욕심나는 유물들이었어요.』지난 7일 신안해저유물을 둘러보고 한국유물의 자료를 수집키 위해 내한한 서독「쾰른」대 동양박물관장인「로저·괴페드」박사(53)는『「쾰른」대 박물관에도 중국 송·원대 용천요 계통의 유물이 몇 점 있지만 이렇게 훌륭한 것은 처음 봤다』고 거듭 감탄했다.『이번 신안 앞 바다의 유물로 송·원대 자기의 가마문제나 연대 편년 등 이 분명히 밝혀질 것 같습니다.』그는 신안해저유물의 표현을 굳이 보물이라는 말을 피하고『동양문화의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동양서예 사를 전공한「괴페르」박사는 한문과 동양회화에 일가견을 가지고 있는「유럽」 의 동양 통. 한국과는「뮌헨」대에서 고병익 박사(서울대 부총장)와 함께 수학한 것을 비롯, 최근에는「뮌헨」「베네딕트」수도원에서 정선의 그림을 발견한 전준영 교수(전남대)를 직접 지도한 인연 등을 갖고 있다.
『「쾰른」박물관에는 15세기께의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 불화와 고려자기도 30여 점 소장하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는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독특한 성격을 지닌 문화지요.』
8일 중앙국립박물관을 둘러본「괴페르」박사는 유물들이 아주 조화 있게 잘 정돈돼 있고, 그리고 회화실의 유물들은 61년 한국미술「유럽」이 전시 때 보았던 낯익은 작품들이 많아 더욱 친근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독에는 한국 유물 소장 자들이 많습니다. 특히 불화들을 좋아하고 많이 소장하고 있으며 정선의 작품이 수도원에서 발견된 것만 해도 한국문화에 많은 관심이 있다는 증거지요.』
새로 건립하게 될「쾰른」대 박물관에 전시될 한국유물에 대한 자료수집을 위해 66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방문한「괴페르」박사는 공주·부여·경주 등지를 둘러보고 13일 떠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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