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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적자의 철도 운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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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가 철마에 몸을 싣고 여행을 떠날 때는 누구나 아름다운 낭만과 여수를 달래 줄 무엇인가에 대한 기대를 한번쯤 갖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거의 예외 없이 실망과 뉘우침으로 끝나고 마는 것이 또한 우리의 공통적 경험일 것이다.
터무니없이 비싸고 맛없는 열차 식당의 저질 음식, 연발·연착을 예사로 어기는 공신력 잃은 운행 질서, 완행열차의 깨어진 창문 유리들, 한 겨울에도 불기를 느낄 수 없는 「냉방 열차」, 그 위에 불친절한 승무원의 근무태도, 바로 이러한 것들이 오늘날 철도가 풍겨 주는 씻을 수 없는 인상임을 어찌하랴.
이러한 실정을 두고 볼 때 지금 철도가 당면하고 있는 극심한 정체 현상은 이를테면 자승자박이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철도는 더 이상 고속 「버스」에 승객을 빼앗긴다고 넋두리만 하지 말고, 승객들이 스스로 철도 이용을 즐길 수 있도록 대담한 운영 혁신에 발벗고 나서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철도 사업이 아무리 영리를 우선시 할 수 없는 공기업이라고는 하지만, 연간 적자가 4백억원을 상회하고, 그 누증 부채액이 2천5백26억원에 이룬 데서야 국가 동맥으로서의 본래의 기능을 다 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물론 철도의 만성적 적자는 외국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76년 현재 일본도 1조4백97억원, 영국이 1천6백70억원, 서독이 4천5백23억원, 「프랑스」가 75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이들 나라는 결코 철도 사업을 사양 기업이라 하여 적자 타령만 하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새로운 기술과 현대 경영의 경쟁 원리를 도입, 안전한 운행과 철저한 「서비스」로 고율의 수익을 확보하는 새로운 경지를 진취적으로 개척해 나가고 있음을 알아야 하겠다.
우리나라 철도의 정체 현상은 무엇보다도 근대적인 경영 방법을 도입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라 분석된다.
현행 철도 운영 조직은 생산력으로서의 객·화물 수송과 그 최대한의 판매를 보장하는 영업 체제라고는 도저히 볼 수가 없다. 단지 정부 행정 집행 체제를 규정한 정부조직법에 따라 설치·운영되는 행정관청의 한 형태로서 일반 행정관청과 동일한 규제를 받고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효율적인 영업 활동이나 기업 조직 형태로의 접근에는 아직도 상당한 거리가 있다.
따라서 철도가 다른 교통 수단과의 경쟁을 통해 재정적 독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철도 공사」 등의 형태로 체제를 바꾸어 기업 활동의 자율성과 탄력성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이와 함께 철도의 사명인 안전·정확·신속을 기할 수 있게끔 시설의 현대화를 이루어야 한다.
여기에는 「레일」의 중량화·교량 및 노선의 강화를 비롯, 수송 용구인 동력차 및 객차의 경량화, 화차의 중량화, 냉·난방 설비의 완벽화 등이 수반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른 교통 수단과 비교해서도 한층 우월한 위치에서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특히 고속「버스」등 민간 수송 기관과 경쟁하는데는 철도 종사원들의 「서비스」정신 함양으로 땅에 떨어진 철도의 인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의 여객 「서비스」는 새마을호나 신설된 우등 급행 열차를 제외하면, 아직도 전반적으로 수준 이하라는 평점을 면할 길이 없는 것이다. 철도 종사원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오랜 관습에 젖고 선배들의 낡은 근무자세를 그대로 배워 여전히 관료 티를 벗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절한 봉사야말로 만성적 경영 적자에 허덕이는 철도의 종사원들에게 가장 요망되는 자세라 할 것이다.
철도 경영의 성패가 바로 국민경제의 성장과도 직결된 하나의 요인이 되는 것임을 생각할 때, 국가의 대동맥인 철도의 비능률과 불합리 요소를 제거하는 일은 시급한 국가적 당면 과업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이런 견지에서 국민이 믿고 기꺼이 이용할 수 있는 참신한 철도상이 하루 빨리 구현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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