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츠키」암살범「모스크바」서 연금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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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940년8월20일」-탁상의 달력은 꼭 37년이 되는 지금까지도 그 날 그대로 펼쳐져 있다.
「멕시코」시 근교에 있는 「러시아」혁명의 주역 「레온·트로츠키」가 암살된 집은 박물관으로 지정되어 그날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여 후세에 보여주고 있다.
수십 년째 소식이 끊겼던 암살범「라몬·메르카데르」(62)는 최근 「모스크바」에서 연금을 타가며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있다.
「레닌」사망 후 후계투쟁에서 「스탈린」에 패배한 「트로츠키」가 부인·손자 등 가솔을 이끌고 해외망명을 떠난 것은 1929년.
「스탈린」이 보낸 암살범에 쫓기며 각국을 전전하다가 「멕시코」정부호의로 36년부터는「멕시코」시 「비애나」가 45번지에 살고 있었다.
박물관이라 해도 관광「팜플렛」에조차 올라있지 않고 평소에는 방문객도 전혀 없는 한적하고 쓸쓸한 외딴집이다.
암살현장이었던 서재의 책상 위에는 달력 외에도「유엔」이 발행한 통계연감이나 영국정부발행의 책, 그리고 신문「스크랩」 등이 놓여있다.
책상주변엔 「마르크스」의 저서들이 꽂혀있는 서가와 휴식용 침대가 있다.
이것들은 모두 「트로츠키」가 애용하던 것으로 모두가 낡고 변색되었으나 37년의 모습 그대로다. 37년 전의 8월20일 「메르카데르」는 단도와 권총·도끼를 숨겨 가지고 「트로츠키」의 서재로 들어가 도끼로 머리를 찍어 살해하고 말았다. 그 집은 경비가 철저하고 경보장치가 되어 있었으나 소련의 지령을 받은 「멕시코」공산당에 유인되어 사건당시 경비병대부분은 유흥장에 가 있었다. 범인은 현장에서 체포됐으나 법정에서도 이름이나 범행동기를 밝히지 않아 모두 비밀에 붙여져 있었다.
그는 7개의 가명을 바꿔 써가며 지냈고 「스페인」태생이라는 것이 겨우 밝혀졌을 뿐 모두가 「베일」속에 가려져 있었다.
20년의 형을 마치고 60년에 출감되어 「쿠바」의 「아바나」공항에서 잠시 모습을 나타냈다가는 행방을 감추었다.
올해 들어 「모스크바」주재 「로이터」출신 특파원이 고심 끝에 그의 친동생을 찾아내 그가 「모스크바」에 살고있음을 확인해냈다. 복역 중에 사귄 「나이트·클럽」의 「댄서」였던 부인과 두 자녀를 데리고 살면서 주로 문학서적을 번역하고 있다.
『형은 죽을 때까지 모든 것을 자기 가슴속에 숨겨둘 작정인 것 같다』는 동생의 말이다.「트로츠키」암살의 진상은 좀처럼 해명되기 어려울 것 같다. 【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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