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인력과 수사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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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내년부터 오는 82년까지 경찰관 3만명을 증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경찰인력증강 5개년 계획을 마련, 여당권의 심의에 넘겼다.
오늘날 우리 나라 치안확보를 위해 가장 긴급하고 절실한 문제는 무엇보다도 경찰관의 만성적인 인원부족과 수사경비부족, 그리고 이에 따른 격무로부터 이들을 해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전국의 경찰정원은 고작 4만5천8백명으로 소요인원 7만3천5백명에 비해 2만7천여명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과로에 지쳐 쓰러지는 경찰관이 해마다 늘어가고, 사기마저 떨어져 결과적으로 범죄의 예방, 수사능력의 전반적인 저하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 경찰관의 비율은 국민7백86명당 1인 꼴로서 이는 미국의 5백43대1, 일본의 5백78대1,「프랑스」의 3백16대1, 영국의 5백47대1, 자유중국의 6백79대1,「스페인」의 2백75대1 등과 견주어 볼 때 그 업무의 과중함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회의 안녕 질서를 유지하고 나아가 각종 위해로부터 국민의 귀중한 생명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경찰의 제일의적 사명임을 감안할 때 그 책임을 일선에서 담당하는 경찰기능의 강화야말로 온 국민이 한결같이 기대하는 당연한 요망일줄 안다.
그런데도 그 동안 경찰기능의 강화문제를 본원적인 차원에서 깊이 생각하는 자세나 확고한 신념은 언제나 미흡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테면 과학분야의 기술도입이나 일반행정 공무원의 해외연수파견 등은 많은 예산을 들여 추진해 오면서도 경찰관을 선진국에 유학시켜 과학수사의 기술을 배워오게 한다거나 인력을 증강하고, 수사경비를 현실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항상 예산타령이나 하는 등 소극적인 자세에서 크게 벗어난 일이 없었다.
지난해만 해도 경찰당국은 7천9백54명의 인력증원을 예산당국에 요청했으나 겨우 1천95명을 늘리는데 그쳤다.
특히 전체공무원은 지난 20년 동안 92%나 증가했으나 경찰관 수는 3만3천명에서 1만2천8백명이 늘어 고작 39%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
인구증가와 사회현상의 복잡화에 따라 각종 범죄는 양적으로 늘어나고 질적으로 지능·조폭화 하는 양상을 띠고있는 실정에서 획기적인 경찰인력의 강화 없이는 국민생활의 안전을 기대할 수 없다.
경찰기능의 강화를 위해서는 인력증강과 함께 특히 수사경비의 현실화 및 장비의 현대화가 이룩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오히려 상식이 아니겠는가.
외근수사경찰관 1인당 하루 수사비가 1천5백원(도청소재지의 경우), 사건1건당 수사비가 1천9백원에 불과하고 경찰보유차량의 43%가 노후차량인 상황으로는 점점 기동화·광역화해가고 있는 범죄에 대처할 수 없다. 따라서 「범인은 날고 경찰은 긴다」는 풍자도 면할 수 없다.
수사활동은 종국적으로 범죄와 경찰의 공방전이다. 그러므로 모자라는 인력, 미급한 수사력으로는 범죄의 사전예방은 말할 것도 없고 발생한 범죄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음이 당연하다.
영국의 경시청이나 미국의 FBI는 수사요원에 대한 활동비나 장비를 무제한으로 설정함으로써 중대범죄를 거의 예외 없이 해결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도 본받아야 할 줄 안다.
본 난이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것이지만 경찰인력강화나 범죄수사에 관한 예산은 그「실링」을 열어놓아 예산부족으로 범죄수사가 불가능해지고 국민생활의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만은 원천적으로 없어져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경찰조직이 건전성을 되찾고 국민들로 하여금 언제나 씩씩하고 믿음직스런 경찰이 지켜주고 있다는 신뢰감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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