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처럼 번지는 『펑크·로크』|영 젊은이들에 새 음악물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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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비틀즈」를 낳은 영국에서 최근 「펑크·로크」라는 새로운 「리듬」이 젊은이들 사이에 크게 유행하고 있다.
얼굴이 붉어질 정도의 외설적인 말을 거리낌없이 외쳐대고 「엘리자베스」여왕을 「바보멍청이」라고 부르는가하면 정치가를 매도하면서 빠른 「템포」의 「로크·리듬」에 몸을 흔드는 새로운 음악이 바로 「펑크·로크」.
TV나 「레코드」회사는 「펑크·로크」가 처음 등장하자 크게 「히트」할 것으로 보고 관심을 가졌으나 너무나 외설적이고 노골적인 표현에 당황, 「펑크·로크」 「밴드」와의 계약을 파기했는가 하면 각 대학에서도 이들의 공연을 취소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펑크·로크」는 요원의 불길처럼 계속 번지고 있어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될 형편이다.
특히 『「콘센서스」(합의)에 의한 계급사회』라는 영국사회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로 「펑크·로크」의 물결은 심각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펑크」(punk)란 영어 속어로 『할 일이 없는 하찮은 젊은이』라는 뜻.
결국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기성체제에 반발하는 젊은이들의 불만의 외침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펑크·로크」 「리듬」에 광란하는 젊은이들은 부모가 하역노동자 등 생활이 궁핍한 가정 출신으로 대학진학을 포기한 사람이 대부분인데 이들의 사회에 대한 불만은 뿌리깊다.
「펑크·로크」의 기수처럼 돼버린 「보컬·그룹」 「섹스·피스톨즈」는 정부의 실업대책을 항의하면서 국회의원을 「귀족위서훈에의 대합실」이라고 꼬집는 내용을 가사로 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석유위기이래 만성적인 경제악화로 허덕이고 있는 영국의 현상을 단적으로 반영해 주는 듯한 「펑크·로크」의 열병이 얼마동안 계속될 것인지 관심거리다. 【런던=박중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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