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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 무방비 저질 법랑그릇|중금속함량 안전기준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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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식기가운데 요즈음 가정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법랑그릇이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납·「카드뮴」 등 중금속을 다량 함유할 위험성이 높은데도 관계법의 미비로 전혀 규제되고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외국의 선례를 따라 가정용 법랑그릇의 안전기준을 하루 빨리 제정, 납과 「카드뮴」의 함유여부를 엄격히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랑(법랑·porcelain Enamel)이란 금속표면에 얇은 사기질 피막을 입혀 구워낸 것을 뜻한다. 1910년께 독일을 중심으로 법랑그릇의 공업화가 시작되어 현재 전세계에 널리 보급, 그 수요가 증가 일로에 있다.
법랑그릇은 잘 깨지지 않고 열에 강하며 비흡착성인 데다 색상이 아름답고 윤택이 나므로 우리 나라에서도 거의 대중성을 띠고 있다.
법랑그릇은 사용금속의 종류에 따라 철판법랑·주물법랑·「알루미늄」법랑 등이 있으나 주물은 너무 무겁고 「알루미늄」은 법랑피막이 견고하지 못해 잘 쓰이지 않고 철판법랑이 수요가 가장 많다.
그런데 법랑그릇의 제조과정에서 저질유약(사기질)을 사용하는 경우 불가피하게 납과 「카드뮴」이 함유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철판을 그릇모양으로 만든 후 그 철 표면에다 유약을 칠하고 섭씨8백도에 구워내는데 유약 자체가 유독 물질을 고농도로 함유하는 저질인데다 유약을 칠하는 「테크닉」이 미숙하면 음식 속의 산에 의해서 맹독성의 납과 「카드뮴」이 용출된다는 것이다. 납·「카드뮴」 등 중금속에 의한 피해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고 서서히 오랜 시일에 걸쳐 나타나는 데다 지극히 치명적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카드뮴」이 체내에 축적하게 되면 2년간의 잠복기인 제1기, 인후건조감·비염·무취증의 제2기를 거쳐 4년째부터 골반·척추·사지등 골단에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8년째인 제4기에 접어들면 골연화증·어깨·사지 뼈 균열등 전형적인 「이따이이따이」증세가 나타난다. 공해사상 유명한 이 「카드뮴」공해는 일본 부산현신도천유역 주민들이 원인 모를 골연화증에 걸린 것이 계기가 되어 일본 후생성이 원인규명에 나선 지 22년만에 「이따이이따이」병으로 밝혀졌다.
저질법랑그릇을 사용하는 경우 이렇듯 무서운 중금속공해의 위험성이 높은데도 우리 나라의 경우 공업진흥청의 한국공업규격(KS)에 가정용 법랑기물에 대해 외관 및 물리적 성질에 관한 표준만 정하고 있을 뿐 납·「카드뮴」 등 중금속 용출에 대해서는 전혀 무방비상태다.
이에 대해 법랑그릇 전문가인 박규방씨(동오실업기술담당이사)는 일본의 경우 일본법랑공업연합회에서 가정용 법랑 기물안정품질기준을 정해 납 1PPM이하·「카드뮴」0.4PPM이하로 규제하고 있고 미국은 FDA(미식품의약국)에서 납 7PPM이하·「카드뮴」0.5PPM이하, 영국은 납 2PPM·「카드뮴」0.2PPM이하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면서 우리 나라도 하루 빨리 서둘러서 규제법을 마련, 저질법랑그릇으로부터 소비자들을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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