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이겼다 … 박준원, 8년간의 간절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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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계절의 여왕’ 5월이라는 말이 무색하리만치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선수들을 괴롭혔다. 비바람·이상고온·강풍이 뒤섞이면서 남서울CC ‘유리알 그린’의 속도는 매일 달라졌다. 전날 30도까지 치솟았던 수은주는 최종 라운드 쌀쌀한 바람과 함께 뚝 떨어졌다. 그러나 전지훈련 동안 하와이의 강풍과 친해진 박준원(28·코웰·사진)에게 바람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박준원이 11일 경기도 성남 남서울CC에서 끝난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프로 첫 승을 달성했다. 박준원은 최종일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낚아 최종합계 15언더파로 박상현(31·메리츠금융그룹·12언더파)을 3타 차로 따돌렸다. 2004, 2005년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친 박준원은 2006년 프로 데뷔 후 8년 만에 감격의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우승상금 2억원도 받았다.

 심술궂은 날씨는 경기 종반에 결국 빗방울까지 뿌렸다. 하지만 “‘우승에 대한 생각 말고 현재만 집중하자’는 말을 1000번 넘게 되새겼다”는 박준원은 흔들리지 않았다. 15번 홀(파4)에서 어려운 내리막 버디 퍼트가 승부처가 됐다. 박준원의 4m 버디가 홀에 쏙 빨려 들어가자 박상현은 1m도 되지 않는 오르막 퍼트를 놓쳤다. 박준원이 3타 차로 달아나면서 사실상 우승이 결정됐다.

 박준원은 “프로 첫 승을 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10번 홀에서 훅이 심하게 났는데 소나무를 맞고 페어웨이 중앙으로 들어왔다. 소나무에 뽀뽀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그린 스피드가 나와 잘 맞아 자신 있게 퍼트를 했다. 하와이에서는 오늘 바람보다 2배가 더 강하다. 바람을 더 보고 친 게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박상현은 ‘준우승 징크스’에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2009년 힐튼남해오픈 우승 후 준우승만 세 차례 했던 그는 지난달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쓰루야 오픈 준우승에 이어 이번에도 2위에 머물렀다.

 황중곤(22·혼마)이 9언더파로 이기상(28·플레이보이골프)과 함께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성남=김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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