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신품종 개발(6)-올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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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보리와 밀은 같은 밭작물이기 때문에 서로 경쟁적이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우리의 식성은 밀가루보다 보리쌀 쪽으로 더 기울었기 때문에 보리를 더 많이 심어왔고, 이 때문에 밀 품종에 대한 연구는 극히 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이젠 식성도 보리보다는 밀가루 쪽으로 바뀌고 있고, 따라서 보리보다는 밀을 더 많이 심어야할 때가 되었다.
그럼에도 밀을 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재래종 밀 품종은 수확기가 늦어 2모작을 할 수 없는 데다 단위당 생산성도 낮아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
농촌진흥청 영남작물 시험장장 박내경·연구관 서형수·허한순·이봉호씨 「팀」이 76년에 개발, 올해부터 농가에 본격적으로 보급하고있는 밀 신품종 「올밀」(밀양5호)은 이같은 두 가지 약점을 「커버」하고 있어 밀의 확대 재배에 밝은 빛을 던져주고 있다.
66년 「농림72호」와 「농림12호」를 인공 교배시키면서 신품종 개발에 착수, 각고 10년 만에 결실을 본 「올밀」은 빨리 익고 단위당 생산성이 높은데다 제분률이 높은 것이 특징.
밭에 올 밀을 심을 경우 5월3일에 이삭이 패고 6월14일이면 밀이 익어 재래종인 「농림4호」보다 출수기는 3일, 성숙기는 4일이 빠르다.
논에 심을 때도 「농림4호」에 비해 출수기와 성숙기가 각각 2일이나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벼농사에도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아 2모작도 가능하다는 것.
10α당(단보) 생산량은 전작의 경우 4백65㎏, 답리작의 경우는 3백82㎏을 기록, 「농림4호」 보다 각각 4∼18%나 증수되는 다수확품종임이 증명됐다.
76년에 실시한 지방적응연락시험결과를 보면 경기북부지방과 강원 및 경북의 산간지대를 제외한 전국 각지에서 「농림4호」보다 전작에서 6%, 답리작에서는 9%의 증수 율을 보였는데 특히 예산에서는 37%(전작) 진주에서는 29%(이작)나 증수했다.
올밀 재배가 적합치 않은 지역은 경기의 부천·연천·용인, 강원의 춘천·강릉, 충북의 제천, 전남 광주· 해남, 경북의 안동·영일 등지.
올밀은 제분 율이 높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국립농산물검사소에서 실시한 품질검사성적을 보면 올밀의 제분률은 74·3%, 「농림4호」의 72·6%, 「원광」의 64·1%에 비해 월등히 높고 거기에 초자률도 5·5%로 「농림4호」 및 「원광」의 4·7%와 비슷해 밀가루 질은 거의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가지 「올밀」의 흠은 북부지방 및 산간지방에서의 내한성이 기존 장려품종보다 다소 약한 편이고 내도 복성도 강한편이 못된다는 점.
따라서 「올밀」을 재배할 때는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아주 빨리 익는 품종이므로 월동 전에 유효분얼수(새끼친 수량)를 확보하기 위해 파종기는 남부지방은 10월 중순, 중부지방은10월 초순이 알맞고 파종 량은 약간 늘리는 것이 좋다.
둘째, 시비량은 많은 비료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추비는 일찍 하고 흙 넣기·밀밭 밟기를 하는 것이 수량 증대를 위해 중요하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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