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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오디션의 모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74호 04면

현대 미술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아트 서바이벌을 표방한 스토리온의 방송 프로그램 ‘아트 스타 코리아’는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4일 밤 방송에서는 참가자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공동 작품을 만들었죠. 그런데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DMZ 인근 마을에 공공미술물을 만들어 설치하라’는 과제에 대해 남자들로만 구성된 팀은 우선 마을 주민들을 찾아가 대면조사를 벌였습니다. 이들이 만든 것은 내부에 노래방 기기가 들어 있는, 절반으로 갈라지는 이동식 탱크. 주민들이 즐길 만한 예술이 없다는 소리에 착안한 작품이었습니다.

반면 남녀 혼성팀은 조사 대신 현장을 어슬렁 거닐었습니다. 그러면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도하죠. 독수리 먹잇감으로 논밭에 널브러져 있는 가축 사체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밀로의 비너스상을 만들고 그 위에 생고기를 붙인 조형물을 완성합니다.

분석적 작업의 결과와 즉흥적 영감의 표현. 심사위원단은 결국 탈락자를 가려내지 못합니다. 어느 한쪽이 틀린 것이 아닌, 서로 다른 얘기였기에.

누군가 떨어져야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럼 어떻게 하자는 얘기냐고요? 4일 방영분에 탈락자가 없었던 대신 11일 방영분에서는 두 명이 떨어진다고 하니, 시청자 입장에선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출연진 하나하나가 자기 세계가 뚜렷한 ‘아트 스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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