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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10년 새 호수 1166개, 강 887개 말라 "국토 80% 사막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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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달 14일 몽골 남동쪽 도르노고비 지역의 고비사막에서 만난 야생마 무리. 조심스럽게 접근했지만 야생마들은 1㎞ 이내로 사람이 접근하는 것을 싫어해 멀리서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

동북아시아의 대표적인 환경 재앙인 황사와 미세먼지. 본지는 한국환경공단과 함께 지난달 10일 몽골 울란바토르를 출발해 고비사막과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베이징을 거쳐 서울까지 4000㎞(1만 리)에 이르는 ‘먼지바람길(Dust Road)’을 따라 항공편과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한반도까지 날아오는 황사와 중국발 스모그 속 미세먼지를 추적했다. 그 여정(旅程)에서 지구온난화·사막화·스모그로 신음하는 몽골·중국의 모습도 들여다봤다.

 “호수가 사라졌던 지난 13년 새 12만 마리였던 이 지역 가축 숫자가 4만7000마리로 줄었어요.”

 지난달 13일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남서쪽으로 600여㎞ 떨어진 몽골 중남부 지역의 우문고비도(道) 만달오워군(郡)의 울란호수. 서울시 면적(605㎢)의 절반으로 몽골 고비사막에서 가장 큰 호수인 울란호수에 지난해 여름부터 물이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했다. 호수가 말라버린 지 13년 만이다. 하지만 아직도 호수는 예전 크기의 30%에 불과하다. 호수 밑바닥이었던 붉은 점토층 위에 주변 사막에서 불어온 누런 모래가 쌓여 발밑에서 풀썩거렸다.

 취재진을 안내한 만달오워군의 잔드라 부군수는 “호수로 들어오는 엉거강의 바닥을 모래가 덮어 하도(河道)가 바뀌었다”며 “모래 위를 흐르느라 정작 호수로 들어가는 물은 적다”고 말했다.

 우문고비도의 도돔처 기상청장은 “과거에도 호수가 말라붙을 때가 있었지만 몇 년 내 회복됐다”며 “갈수록 말라붙는 기간이 길어져 이러다가 호수가 완전히 사라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에서 황사 폭풍이 부는 횟수도 지난 5년 새 2~3배 많아졌다”고 했다.

 인근 바얀자그 지역에서도 사막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볼간군(郡)에 속하는 바얀자그는 자그(삭사울) 나무가 많은 곳이란 뜻이지만 이제는 몇 그루 남지 않았다. 황토 언덕이 무너져내리고 흙이 바람에 날려간 탓에 뿌리를 드러낸 나무는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볼간군의 명소인 ‘붉은 언덕’도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 아디아바타르 볼간 군수는 “붉은 이암(泥巖)이 바람에 풍화되면서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 곳이지만 최근 몇 년 새 황사 바람에 실려온 모래가 내려앉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막화와 황사 바람은 몽골 전역에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는 지구온난화 탓이 크다. 울란바토르에서 만난 잉크툽신 기상청장은 “1940~2008년 사이 몽골의 평균기온은 2.14도 상승했는데 이는 전 세계 평균의 3배 수준”이라며 “10여 년 전부터 황사와 사막화가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인공강우 기술을 도입했는데, 최근 좋은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11일 새벽 울란바토르에 2㎜의 비가 내린 것도 산불 발생 억제를 위한 인공강우 덕분”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몽골의 상황은 인공강우로 상황을 되돌리기에는 한계를 넘은 것처럼 보였다. 지난 10년 새 몽골에서는 호수가 1166개, 강이 887개, 우물이 2277개 말라버렸다.

1 13년 동안 말랐다가 지난해부터 물이 차오른 울란 호수 앞에 선 만달오워군(郡)의 잔드라 부군수 2 붉은 바위가 침식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했던 바얀자그의 ‘붉은 언덕’이 모래먼지로 덮여가고 있다. 3 몽골·중국 국경도시 자민우드의 철도역 담장. 사막에서 날아온 모래가 쌓여 언덕을 이루고 있다. 4 중국 네이멍구 다라터기(旗)의 석탄화력발전소의 모습. 굴뚝에서 뿜어져 나온 회색빛 연기가 도시의 하늘을 뒤덮고 있다.

 가축 탓에 그나마 남아 있는 초원의 풀들도 줄고 있다. 특히 염소는 뿌리까지 다 파먹는 탓에 풀이 다시 자라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사막화가 가속화되는 이유다. 만달오워군의 유목민 아마르툽신(45)은 “가축 먹일 풀이 갈수록 줄어 여름철이면 북쪽으로 200㎞나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몽골에서 토지는 국가 소유지만 가축은 개인 소유다. 토지 황폐화에는 신경 쓰지 않고 자기 가축만 늘리면 그만이라는 ‘공유지의 비극’이 나타나고 있다.

 사막화 피해는 몽골 남동부 도르노고비도(道)에 위치한 국경도시 자민우드군(郡)에서 가장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인구 2만5000명인 자민우드의 뒷골목은 잔뜩 쌓인 모래에 발이 푹푹 빠져 마치 해수욕장 해변 같았다. 담벼락에 모래가 허리 높이만큼 쌓인 집도 쉽게 눈에 띄었다.

 마을 주민인 쇼라(65)는 “3월에서 5월 사이에는 황사 바람이 심해 나다닐 수가 없다”며 “모래가 밀려 들어오지만 10년 전부터는 모래를 삽으로 걷어내는 것도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과거 자민우드가 초원에 둘러싸인 지역이었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자민우드 기차역 앞에는 커다란 모래 언덕이 길게 펼쳐져 있었다. 높이 2m 담장이 윗부분 10㎝만 남기고 양쪽으로 모래에 덮여 언덕처럼 변해 있었다. 자민우드 군청 관계자는 “기차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 쌓은 담인데 모래에 덮여 무용지물이 됐다”고 말했다.

 자민우드의 바양문흐 군수는 “지난해에는 26일 동안 계속 황사 먼지가 발생했는데, 20년 만의 기록”이라며 “포장도로가 만들어지기 전 중국에서 물건을 싣고 오는 대형 트럭들이 달리면서 초원을 황폐화시켰고 사막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자민우드는 황사와 사막화 방지를 위해 나무를 심는 계획을 마련했다. 75㏊(75만㎡)의 인공호수를 만들고, 묘목을 기르는 양묘장도 10㏊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국내 황사 전문가들은 “최근 2~3년 심한 황사가 한반도로 오지 않은 것은 기류 덕분”이라며 “발원지 몽골에서 황사가 계속 생겨나기 때문에 언제라도 한반도로 날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몽골 취재를 마친 취재진은 지난달 15일 자민우드에서 육로로 몽골-중국 국경을 통과했다. 국경을 지나는 데 1시간30분이 걸렸다.

 하지만 거침없는 황사 먼지에는 국경이 없었다. 자민우드에서 만난 황사 모래바람은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의 국경도시 얼롄하오터(二連浩特)에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롄하오터 시내에는 몽골 쪽에서 날아온 모래먼지가 가득했고 거리를 오가는 시민 가운데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얼롄하오터에서 후허하오터(呼和浩特)로 가는 중국 국내선 항공기에서 창 밖으로 황사바람을 목격했다. 항공기가 7000m 상공에 이르렀을 때 날개 위쪽은 코발트빛 맑은 하늘이었지만 날개 아래쪽은 황사 먼지로 가득했다. 산과 마을이 황사 먼지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이튿날 다라터기(達拉特旗) 석탄화력발전소를 찾았다. 황허(黃河) 강변에 위치한 인구 190만 명의 오르도스(<537E>爾多斯)시의 한 구(區)에 해당하는 다라터기의 인구는 32만 명이었다. 중국전력 산하 중국화능(華能)그룹 소속의 이 발전소는 시내 어디에서도 쉽게 눈에 띄었다. 바로 높이 240m의 굴뚝 4개와 높이 108m의 냉각탑 6개 때문이다. 굴뚝에서는 옅은 회색의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냉각탑에서도 하얀 수증기가 퍼져 나와 하늘을 뒤덮었다.

 1996년부터 발전기가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한 이곳에는 2007년까지 모두 8기의 발전기가 설치됐다. 전체 발전용량은 3180㎿로 네이멍구 후허하오터에 있는 중국 최대 발전소(5400㎿) 다음으로 크다. 발전소 관계자는 “이곳에서 생산한 전력 대부분은 베이징으로 보내는데, 연간 석탄 사용량만 500만t”이라고 설명했다.

 발전소 안팎은 매캐한 냄새로 가득했다. 공장 정문을 드나드는 직원의 절반은 포근한 날씨인데도 두툼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마스크 없이 취재했던 기자는 30분 만에 목이 칼칼하고 입안이 텁텁해지는 걸 느꼈다. 기침도 나오기 시작했다.

 발전소 주변 도로와 주유소, 빈터에는 석탄을 나르는 대형 트럭이 즐비했다. 트럭 짐칸 외에 별도의 바퀴 달린 짐칸을 잇대어 한 번에 15t씩 석탄을 실어 날랐다. 빗길에 넘어져 도로에 석탄을 쏟은 트럭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새카만 매연을 내뿜는 삼륜 트럭도 눈에 띄었다.

 이날 오후 다라터기에 올봄 들어 처음 비가 내렸다. 보도블록 옆 차로에 고인 빗물은 먹물처럼 새카맸다. 하늘에 떠 있던 먼지에다 도로에 쌓여 있던 먼지·석탄가루가 빗물에 녹아든 탓이었다.

 시가지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다라터기 경제개발구에는 공장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었다. 서울시 면적의 절반이 조금 못되는 260㎢의 규모인 이곳에는 93개 공장에서 2만여 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다라터기의 차이오젠펑 건설국장은 “국가 배출허용기준에 맞춰 공장을 설치·운영하고 있지만 공단이 들어선 이후 오염이 늘어나고 있다”며 “다라터기 구청에서는 공단을 에워싸는 산림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차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 옆 습지 480㏊(축구장 670개 면적) 부지에 호수와 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푸른아시아의 오기출 사무총장은 “다라터기와 푸른아시아가 공동으로 공기정화 숲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이 지역에서 성공하면 다른 지역에 모델이 될 수 있고, 전체적으로는 한국으로 가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황허를 건너 인구 265만 명의 네이멍구 최대 공업도시인 바우터우(包頭) 공항으로 향했다. 베이징으로 향하는 중국 국내선 항공기에서 내려다본 바우터우 시가지는 전날 내린 비에도 불구하고 뿌연 스모그로 덮여 있었다. 베이징 역시 전날 비가 내려 공기가 깨끗해졌다고는 하지만 뿌연 스모그가 도시 전체를 가리고 있었다. 차를 타고 둘러본 베이징 시내 역시 미세먼지로 가득했다.

 칭화대 환경학원장인 허커빈(賀克斌·52) 교수는 “2013년 73개 도시에서 초미세먼지(PM2.5)를 측정한 결과 허베이(河北)성은 1년 365일 중 절반 이상이 24시간 환경기준치(㎥당 75㎍ 이하)를 초과했고, 베이징은 40%인 146일이 기준을 초과했다”고 말했다. 중국 환경보호부 공기정화연구기획기술 수석엔지니어이기도 한 그는 “중국 스모그의 미세먼지가 한국이나 일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베이징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바람이 약한 날이기 때문에 베이징 먼지가 곧바로 한국으로 가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내 연구팀은 한반도 미세먼지의 30~50%가 중국에서 날아오고, 심한 경우 80~90%까지 차지할 때가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국무원에서 대기오염방지 행동계획을 수립해 허베이성과 베이징, 톈진은 2017년까지 대기오염을 25%, 상하이와 장시(江西)성, 창장 삼각주 지역은 20%를, 광둥성과 주장(珠江) 삼각주 지역은 15%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허 교수는 “중국 전체의 경제발전을 감안하면 2030년, 2050년에도 중국 에너지 중 석탄 비중은 50%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해 스모그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없음을 내비쳤다.

 주중 한국대사관의 박미자 환경관(환경부 국장)은 “중국에 오염 배출 정보를 요구하고 있지만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데이터는 정확성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몽골의 황사, 해결책이 잘 보이지 않는 중국의 스모그. 한반도로 불어오는 먼지바람은 동북아 지역에 커다란 숙제를 남기고 있었다.

울란바토르·베이징=글·사진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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