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부와 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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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가정부가 점차 사회문제의 하나로 「클로스업」되고 있다. 새삼 현대가정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의미심장함을 느끼게 한다.
요즘 시정의 화제가 되었던 어느 「호스티스」와 가정부의 경우를 보자. 남성편력이 복잡한 그 「호스티스」는 상당한 재화를 모았던 것 같다. 뒤에는 천만원 남짓한 대중음식점을 차려놓고, 앞에서도 궁색하지 않은 「아파트」생활을 하고 있었다. 20대 후반을 넘은 여인으로는 당돌하고 억척스러운 인상을 준다. 더구나 그의 미모는 이런 환경을 한결 돋보이게 한다.
문제의 가정부는 20대를 갓 넘은 시골여자였다. 시골을 떠나 도회지에서 가정부의 생활을 하는 그의 심리는 필경 어둡고 어떤 열등감마저 갖게 되었을 것이다. 자신의 현실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상황 속에 있기 때문이다.
재화는 피와 땀이 스며든 노력의 대가로 생각되기보다는 요행과 위선의 산물로 생각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그 가정부는 상대에게 무의식적인 적대감을 갖게되었을 것이다.
결국 이들의 관계는 전율스러운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 가정부는 「호스티스」의 재화를 무려 3백여만원 상당이나 훔쳐서 갖게 되었다. 이 단순한 동기만으로 그는 「호스티스」를 살해하기까지 했다.
언젠가는 가정부가 주부를 살해한 일도 있었다. 불친절하다는 이유였다. 이 경우는 가정부와 주부가 보이지 않는 적대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의 관계는 다만 고용관계로 끝나지 않고, 한 가정이란 집단 속에서의 복잡한 인간관계까지 곁들여 미묘한 심리적 갈등을 자아낸 것 같다.
그 가정부는 한 가정의 규범 내지는 「모럴」을 흐트려 놓은 셈이다. 인격적으로 성숙되어있지 않고, 심리적으로 열등한 처지에 있는 가정부로는 별로 양심의 부담으로 생각되지 않았을 것이다.
가정부가 어린이를 유인, 가출하는 사례도 때때로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가정의 주부와 직접 직면해 일을 저지르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한 비공식집계에 따르면 서울에는 가정부가 무려 20만명이나 있다고 한다. 앞으로 비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가정이나 가구가 줄어들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가정부의 문제는 점차 심각한 사회문제로 노출될 것 같다.
현대가정의 위기라고나 할까. 문제의 열쇠는 가정의 보전에 있다.
서로 존경하고, 서로 신뢰하는 인간가족들의 가정, 서로 근면하고 서로 최선을 다하며 사는 성실한 분위기의 가정…. 이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살아있는 교훈」을 줄 수 있는 가정이야말로 비극을 스스로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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