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올림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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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런 얘기가 있다. 한국의 기능공이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쪼개어 일본에 보냈다. 일본의 기능공은 그 쪼개진 머리카락을 다시 두 갈래로 쪼개어 독일에 보냈다. 그곳의 기능공은 과연 저밀도를 과시하기위해 다시 그것을 두 갈래로 쪼개어 한국에 보냈다. 사람의 머리카락 한오라기를 여덟갈래로 나눈 것이다. 그 굵기로 치면 1천분의 9mm정도이다. 이런 일화를 들려주는 어느 공업고등학교 교사의 그 다음말이 인상적이다. 앞으로는 그 여덟갈래로 쪼개진 머리카락을 관통하는 구명을 뚫어 보이는 기술의 개발 없이는 선진국의 경쟁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다만 환상에 그칠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공업학교엘 가보면 10대 후반의 소년들이 1천분의 lmm를 요구하는 저밀도에 도전하고 있다. 그것은 실제로 「게이지」 나 「컴퓨터」의 기록으로 나타난다. 범인의 감각으로는 다만 추상적인 단위지만 기능공들은 차가운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현대의 과학세계는 작은 오차도 애교로 받아들이는 일이 없다. 그만큼 냉엄하다. 4천km 바깥의 목표물을 불과 10m의 오차로 명중시켜야하는 무기의 세계가 있는가하면 휴대용 성낭갑 보다 작은 「컴퓨터」의 세계도 있다. 오늘의 과학문명은 바로「저밀의 문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문명 경쟁속에서 우리나라 기능공들이 세계에 도전해 「메달」을 휩쓸었다. 요즘 「네덜란드」의 「유트리히트」시에서 열린 제23회 국제기능 「올림픽」에서 한국은 종합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그 분야를 보면 용접·판금·족반·기계제도에 그치지 않고 양복·양장·이용에서도 금「메달」을 받았다. 이것은 물리적인 기술뿐 아니라 감각의 세계에서도 새롭고 예리하며. 정교한 우리의 기술을 과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더구나 경쟁국이 일본·독일·「스위스」였던 사실은 새삼 우리의 긍지를 높여준다. 일본의 경우는 63년부터 70년까지 줄곧 우승국 이었다. 지난해엔 「스위스」와 나란히 우리나라는 공동우승을 했었다. 이번 대회에선 서독과 일본이 우리뒤를 따라왔다.
한국인은 그 집용한 의지도 놀랍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적응이 빠른 재치에 있어서도 남다른 데가 있는 것 같다. 「의지와 재치의 민족」이랄까. 어두운 환경만 없으면 이것은 언제라도 저력을 갖고 빛을 낼 수 있을 서이다. 바로 그 어둡지 않은, 「좋은 환경」을 위해서도 우리는 민족적인 의지와 재치를 발휘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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