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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동요 된 사람의 말일 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민병권 제2무임소 장관은 4일『내가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을 만난데 대한 일부 외신보도는 전혀 신빙성이 없으며 김씨가 발설한 내용은 정신이 동요된 사람의 얘기로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민 장관은「뉴욕·타임스」의 김씨「인터뷰」기사에 대해 언급, 『내가 김씨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순전히 사적인 면담이었다』고 말했다.
민 장관은 지난달 17일 제3차「유엔」해양법 회의에 우리정부의 추가훈령을 휴대하고 「뉴욕」에 가 문덕주 주「유엔」대사에게 전달한 후 시간이나 미 하원「프레이저」소위가 열리기 전인 19, 20일「뉴저지」주에 있는 김씨의 자택을 두 차례 방문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민 장관이 밝힌 김씨와의 면담요지.
『나의 미국방문은 해양법 회의에 대한 정부의 추가훈령을 문 대사에게 구두전달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김씨를 만난 것은 순수한 개인 방문이다. 김씨는 황해도 신천 고향후배다. 김씨 집에서 만나 술도 마시고 그의 가족들과 함께 고향얘기도 했다.
나는 선배로서 국내의 정확한 정세는 그에게 알려줌으로써 조국을 배신치 않도록 도움을 주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에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동명이인이 된 것을 발견했다.
김씨의 심리상태는 수사 선상에 오른 초범자의 심리와 같이 매우 불안해하며 안절부절했다. 나는 그의 정신상태가 이같기 때문에 대화를 하면서 매우 조심성을 가지지 않으면 안됐다. 그러나 모처럼 먼길을 와서 얻은 기회이므로 순수한 후배에 대한 애정에서 그의 최후 결심을 배신하지 않는 쪽으로 권하려 노력했으나 결국 성과없이 돌아왔다.
그런데 외신보도를 보면 그와의 대화 속에 없었던 많은 가공 사실이 보도되고 있다. 이는 사실 무근이며 김씨는 조국인 한국에 대해서는 별생각이 없고 과거 동지들에 대해 의리를 지키는 것보다 미국에 정착, 재산을 관리하는데 더 시간을 쓰고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김씨가 나와의 면담을 제3자에 대한 보도용으로 이용한 것 같다. 일본 신문이 마치 내가 생활비를 보태준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나는 그런 말을 할 입장도 못되고 그런 말을 하지도 않았다.
김씨는 자기 입으로 15만「달러」를 가져갔다고 말했다. 나는 김씨에게 안중근 의사는 죽어서 조국에 뼈를 이전했고 기념비도 세워졌다고 지적, 어느 길을 택할 것이냐고 물었다.
외신은 내가 김씨에게 가 3국으로 가거나 귀국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청문회 출석을 연기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으나 그런 말 한적 없다. 나는 그가 비록 한국의 고위층이 특사한다 해도 국민을 의식해서 못 돌아오리라 생각했다.
김씨는 하원 청문회에 자진출두 하겠다고 한 뒤 한번 연기했으며 다시 증언에 안 나가면 강제 송환 당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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