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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끝없이 펼쳐진 빙원…그린란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북극의 고도「스피츠베르겐」을 두루 다녀본 다음 「노르웨이」의 그 수많은 오묘한 자연미술품인 「표르드」(협회)이며 「스웨덴」의 유명한 「예타」운하를 선박으로 여행하고는「덴마크」의 「코펜하겐」으로 가서 비행기로 「그린란드」로 향했다. 대서양을 건너 「그린란드」남동부의 해안이 보일 때 짙푸른 바다에 눈부시도록 새하얀 빙산들이 수없이 떠있는가 했더니 이윽고 빙원이 나타났다.
어쩌다 둘로 된 봉우리가 보이기도 하지만 길이 2천∼2친6백m나 되는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빙원이 끝없이 펼쳐졌다. 흙이라고는 한줌도 없으니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있을 수 없다. 여름철이라 이 빙원 가운데 움푹 팬 곳에는 물이 괴어있는데 이야말로 빙원 속의 호수로서 여기에 푸른 하늘과 흰 구름들이 비치니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아마 이런 경관은 딴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자연풍경이다.
끝없이 넓은 이 빙원을 가로질러 남서부의 「손드레·표르드」에 이르렀다. 이곳 공항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이 만든 공군기지의 하나로서 지금도 여전히 미군이 있으며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이 곳은 전쟁때 개발된 곳인데 「에스키모」는 보이지 않았다. 「그린란드」는 빙원으로 뒤덮여 있으며 해안은 수많은 「표르드」로 되어있어서 교통기관이란 오직 「헬리콥터」뿐이다.
2, 3인승 「헬리콥터」로 행정수도인 「곳호프」에 이르렀다.
이 수도는 인구가 약8천명으로서 18세기초기에 「노르웨이」선교사 「에게데」가 최초의 포교기지로 삼았던 곳인데 지리적 조건이 좋은 부동항으로서 수산가공업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는 왕립 「그린란드」무역국의 약자인 KGH란 글자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무역국은 「그린란드」 전체에 대한 공급·교통·생산·수출·직업·수지관계에 이르기까지를 도맡고 있어서 말하자면 독점무역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선 「에스키모」들도 얼음집이 아니라 현대식「아파트」에 살고 있다.
어떤 「에스키모」가 자기들과 똑같은 「몽걸로이드」계의 민족이라고 몹시도 반겼는데 한국인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라 했다. 그를 따라 얼음집이 아닌 그의 「아파트」에 갔더니 건평이 약 25평이 되었으며 현관에는 피설화며 「스키」가 세워져 있으며 「파카」(털옷)가 걸려 있었다. 이것들은 긴 겨울에 둘도 없는 필수품이다.
「그린란드」는 여름에도 쌀쌀하기 때문에 「파카」는 1년 내내 입는 것이다.
거실에는 「히터」가 켜있어 훈훈했으며 아롱진 「디자인」의 양탄자가 깔려있는가 하면 응접「세트」도 제법 갖추어져 있었다. 침실엔 으례 침대가 있으며 장식품으로서 「덴마크」제의 도자기 등도 놓여 있었다. 「덴마크」의 생활양식을 고스란히 「그린란드」로 옮겨 놓은 것이다.
그런데 부엌 시설도 잘 되어 있어 「가스」로 밥을 짓게 되어있으나 「에스키모」들은 아직도 고래고기며 물고기들을 날것으로 먹는 습성이 있는지 제대로 조리하지 않은 음식을 「나이프」며 「포크」도 없이 손가락으로 집어먹는 것이었다. 현재 「에스키모」의 수입으로는 이만한 「아파트」생활이 어렵겠지만 「덴마크」당국에서 이「에스키모」들은 얼음집에서 「아파트」로 옮겨 살게 할 때 아주 싼 임대료를 받기는 하지만 그나마도 임대료를 내기 어려운 사람에겐 거저 빌려주고 있었다.
지금 세계의 식민지와 후진국에서 반항하고있는 추세를 고려하여 더욱 잘 대우해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행정수도의 「에스키모」들 가운데는 「히피」족이 많았다. 청바지에다 창과 뒤축이 두터운 구두를 신고 다니며 「모터·사이클」을 요란스럽게 타고 다니기도 했다. 이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맥주를 잘 마시며 특히 젊은 세대는 「재즈」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세계를 휩쓰는 이런 풍조를 「덴마크」본국에서 막지 못하듯이 이「그린란드」에서도 막지 못하는가 보다.
오늘날 「그린란드」가 자랑하는 것은 「에스키모」에 문맹이 없다는 것인데 3만여 명의 전인구가 모두 글을 읽고 쓸 줄 안다고 한다. 7세에서 15세까지의 어린이는 모두 의무교육을 받도록 되어있어서 교육열이 강하다. 그리고 「에스키모」는 본성이 호전적이 아니고 온건하기도 하지만 거의 기독교를 믿고 있어서 이들의 표정에는 우애와 자비가 넘친다.
「그린란드」는 아주 작은 벽지엔 병원이 없지만 도시엔 으례 병원이 있어 치료·입원이 모두 무료로서 사회보장이 완비되어 있다. 그래도 「에스키모」에게는 무슨 불평이 있을지는 모르나 필자의 눈에는 「그린란드」야말로 지상낙원으로 보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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