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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에게도 생존권을 달라"|『에스키모』, 국제회의 개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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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4면

줄잡아 10만 명으로 추산되는 「에스키모」들은 「알래스카」 「캐나다」 「핀란드」 「시베리아」 및 「그린란드」에 흩어져 고래나 북극곰을 사냥하면서 「이글루」(얼음집)에서 살고들 있다.
그래서 「에스키모」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뿐 아니라 사실상 불가능한일이기 때문에 2백명 「에스키모」대표들이 지난13일부터 「알래스카」북단의「바로」라는 작은 「에스키모」촌락에서 국제대회를 개막한 것은 역사상 최초를 기록하는 행사다.
「에스키모」들은 지금까지 문명의 외곽에서 북극의 단조로운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미국「캐나다」를 위시한 문명국의 손길은 석유·석탄·천연「가스」를 찾아서「에스키모」들의 생활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하고 「캐나다」의 「퀴벡」주 정부는「에스키모」들의 주산업이이라고 할 수 있는 북극곰사냥을 주법의 이름으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에스키모」국제회의의 주 의제는 미국·소련·「캐나다」·「덴마크」·「핀란드」같은 「에스키모」가 사는 나라들에 「에스키모」를 보호하는 방향의 「북극정책」을 세우도록 촉구하고 「에스키모」들의 집단거주지역에 이르는 교통통신과 통신망을 개선해주고 고래와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치된 정부기구에 「에스키모」대표를 참여시킬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회의의 주동자인 「바로」의 시장「에벤·홉슨」을 비롯한 「알래스카·에스키모」들은 미국으로부터의 완전분리 독립은 아니라도 석유회사를 상대로 하는 협상에서는 독립된 국가자격을 행사한다는 등 자치재를 주장한다. 「에벤·홉슨」의 지도아래「바로」를 중심으로 흩어져 사는 「에스키모」들은 벌써 「노드슬로프」자치구를 형성하여(72년) 석유회사로부터 1년에 3천만「달러」의 세금을 받고 있다. 이 3천만「달러」는 「노드슬로프」자치구의 예산의 98%를 차지하는 액수.
「바로」에는 「호텔」이라는 것이 하나밖에 없다.
그래서 대표들은 「슬리핑·백」을 짊어지고 와서 그 지방 학교강당에서 잠을 자면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바로」에서 동쪽으로 3백50「마일」 떨어진 「알래스카」만의 「프루드」해안까지 이르는 「트란스·알래스컨」송유관이 마침 이번 주에 송유를 시작했다. 이송유관은「알래스카·에스키모」들의 생활을 크게 바꿔 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바로」의「에스키모」 회의는 그들의 독점적인 생활권으로 밀려드는 기술과 자본의 밀물에 어떻게 대항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회의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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