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잠재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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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쟁포기를 선언한 일본헌법 때문에 「군」이란 말은 공식적으로 자취를 감췄으나 2차대전당시의 육군부대이름, 해군함정명칭 등을 쓰면서 당시의 전통과 정신을 이어가려는 것이 일본자위대다.
「후지야마」근처 「시즈오까껜」에 있는 육상부대 제34보통과연대(한국의 보병연대에 해당)의 34연대 명칭은 옛날 그대로다.
이 부대에는 자위대창설 이전 일본군의 각종 장비 등 유품이 전시된 박물관 두개가 있고, 체육관에서는 예부터 전해오는 검도 등 무술훈련시범도 있다. 2차 대전에도 참전했던 연대장 「야베」(시소광무) 일등육좌(대령)는 『군 정신은 옛날과 다름없다』고 자랑했다.
「요꼬쓰까」해상부대기지의 구축함 「아마쓰가제」호와 「히에이」호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대공 및 대잠 임무를 위해 각종 「컴퓨터」와 「미사일」을 장치한 현대식 군함이지만, 그 이름 「아마쓰가제」만은 1차대전 당시의 배 이름을 세번째로 전수한 것이고 「히에이」의 원조는 청일전쟁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의 옛 군가가 일본에서 유행가처럼 불리는 것이 요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유행이 고개를 숙이기커녕 더욱 기승이어서 웬만한 술자리나 승용차에서 「카세트」로 듣기가 어렵지 않다.
이것을 반드시 군국주의의 부활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겠으나 「군대」가 없다는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건 사실이다.
「군」이라고 부르지 않지만, 사실상의 「군」인 자위대가 안팎의 주목을 받는 것은 「군국」이란 과거에의 그 잠재력 때문임에 틀림없다.
일본의 잠재력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방위산업체. 「부사중공업」·「삼몽중공업」「풍화공업」「산기제침」「일본전기」 등은 일본의 대표적 방위산업체들로 「탱크」를 비롯, 3백40㎜「로키트」포·전술「미사일」·잠수함·구축함을 비롯한 각종 함정·「팬텀」기·군사전자장비 등 자위대 전체소요장비의 90%이상을 생산한다.
「후지」중공업·「우쓰노미야」제작소는 각종 항공기를 만들고 있으며 일본전체수출상품의 20%를 수출한다는 「미쓰비시」중공업은 74형「탱크」를 생산한다.
일본은 경제력과 과학기술수준으로 미루어 핵 보유잠재능력은 충분하다.
현재 원자로 41개소가 가동중이며 농축「우라늄」의 실험과 과학위성의 발사실험 등에서도 성공했다.
일본에선 「군」이란 말을 회피할 뿐 아니라 「전쟁」이란 말도 회피한다. 어디까지나 「방위」라는 얘기다. 그래서 무기도 공격용 무기는 허용 안되고 방위용만 갖추었다는 것.
그러나 공격과 방어, 공격무기와 방어무기가 뚜렷이 구분되는 것이 아닌 데에 문제가 있다. 예컨대 적기가 일본영공을 침범해도 공격을 취해오지 않는 한 먼저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이 자위대간부들의 고민이다.
『손발을 묶어 놓고 『정상방위로서의 공격을 할 수 없으면서』 과연 제대로 방어가 되겠느냐는 얘기다. 일본이 어느 시기에 가서는 핵을 보유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그런 논리에서 나온다. 핵을 갖고 있어야 핵 공격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비핵주의(제조·도입·보유금지) 때문에 핵 개발 얘기는 엄두도 못 내지만, 언젠가는 거론될지 모른다는 것이 한 언론인의 말이다. 그리고 그에 선행해서 방위예산이 언젠가는 상승 「커브」를 그리게 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국방비는 75년의 경우 한국의 6배나 되는 1조3천2백73억「엔」을 투입했으나 55%가 인건비와 식량비이고 장비품 구입비는 17.4% 뿐이었고 나머지 27.6%가 유지비였다.
방위예산의 절대액은 지난 10년 동안 거의 4배나 늘어 77년엔 1조6천9백6억「엔」이나 되지만, 전체예산에 대한 비율은 같은 기간 중 도리어 조금씩 뒷걸음쳐 68년의 7.3%에서 77년엔 5.9%로 떨어지고 있다. 【동경=조동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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