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외교에 「로절린」이 한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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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나 보다도 「지미」에게 더 가까이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읍니다-.』
「카터」대통령의 부인 「로절린」여사가 대통령의 친선사절로 중남미 7개국을 순방키 위해 지난달 30일 「트랩」에 오르기 직전 기자들로부터 『정부직책도 없는 귀하가 왜 이런 여행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던진 대답이다.
2주간의 여행을 마치고 12일 귀국한 그는 짓궂은 기자들의 질문에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본다』고 자신만만해 했다.
그를 수행했던 관리들은 『야심차고 의지가 강한 여자』더라고 전했다.
이번 여행을 위해 이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는 「스페인」어에 대한 특수훈련을 받았고 국무성 전문가들로부터는 연 13일간 매일 2시간씩 순방 각국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 그밖에도 「카터」대통령이나 「브레진스키」안보담당 특별보좌관으로부터도 구체적인 지도를 받았다고 전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가는 나라마다 그 나라 실정에 맞는 달콤한 말을 재치 있게 던져 친선「무드」를 한층 고양시켰다는 호평이다.
즉 「쿠바」에 동정적인 「자메이카」에서는 미국·「쿠바」간의 관계개선노력을 역설했고 「코스타리카」에서는 쇠고기 수출문제, 「브라질」에서는 핵 문제에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인권문제로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된 「브라질」에서는 「가이제르」대통령과 7시간에 걸친 힘겨운 대화를 거뜬히 해내 정력을 과시했다.
「로절린」은 선거운동 때부터 「카터」의 「참모중의 참모」「그늘 속의 실력자」로 주위에서 불릴 정도로 적극적인 내조가 이기도 하다.
그러나 「카터」의 가족외교에 대한 미국정계·관계의 비판은 그가 귀국하자마자 폭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로절린」여사나 아들 「칩」군이 비록 대통령의 승인 하에 여행을 했겠지만 그들은 대통령처럼 매일같이 국내외정세에 관한 「브리핑」을 받는 처지도 아니고 더구나 국민이 투표로 선출한 대표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나아가서 『대통령이 외국원수들을 만날 시간이 없다면 국무성의 고위관리나 직업외교관을 파견했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상원은 「카터」가 부인을 중남미 순방 특사로 선택한 것을 치하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 「로절린」여사가 외교방문임무를 『훌륭하게』수행했다고 찬양하면서 그녀가 이번 중남미 방문을 세심하게 준비하고 「스페인」어 까지 익혀 방문국들에서 『굉장한 호감』을 샀다고 격찬했다. 【로스앤젤레스=김건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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