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선 제어시스템 오작동 6개월간 642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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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트로가 지하철 2호선에 기존의 자동열차정지시스템(ATS)과 신형인 자동열차운전장치(ATO)를 혼합 사용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잦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두 가지 신호체계를 혼합해 사용하다보니 주파수 등에 혼선이 생긴 게 주요인이었다. 이처럼 신호체계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음에도 서울메트로 측은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혼합 사용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상황은 당시 서울메트로 신호 분야의 간부였던 직원이 2009년 발표한 ‘AF(음성주파수) 궤도회로에 의한 ATS 신호장치 오동작 방지에 대한 연구’ 논문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AF레일은 ATO를 도입하기 위해 설치한다. 논문에 따르면 ATS와 ATO를 혼용하는 과정에서 여러 오류가 발생했다. 시스템이 처음 도입된 직후인 2007년 1~6월 ATS 오작동 건수는 642건에 달했다. 그해 1월 한 달 동안에만 199건의 오류가 발생했다. 2월엔 130건이었다. ATS와 ATO가 사용하는 주파수 간에 혼선이 생기며 ATS차량이 녹색(정상 진행) 신호를 적색(비상정지)으로 인지해 급제동이 걸리는 오류였다. 이번 사고와는 정반대 양상의 오류가 발생했던 것이다. 서울메트로 노조 관계자는 “ATO를 도입하며 초반 3년간은 무수히 많은 오류가 떴다”며 “하루에 비상출동만 여섯 번 이상 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측은 “ATO 도입 초기 오류는 주파수를 인지하는 전동차의 장치를 개선해 바로잡았다”며 “해당 오류는 현재 사고와 무관한 오류”라고 말했다.

 ATS와 ATO 혼용은 “위험이 잠재된 동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두 신호체계를 혼합하면 신호전달 체계도 덩달아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사고가 난 ATS 전동차들은 현재 5단계를 거쳐 신호를 수신받고 있다. 한 신호 체계만 사용할 경우 3단계만 거치면 되는데 여기에 ATO 열차용 신호에서 ATS용 신호를 추출하는 과정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왕종배 책임연구원은 “두 가지 신호체계를 장기간 함께 사용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드물다”며 “예컨대 한 단계를 거칠 때 오류 발생 가능성이 10만분의 1이라면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오류 가능성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일어난 상왕십리역은 이런 신호체계가 훨씬 복잡하다. 상왕십리 구간은 신당역과 왕십리역에 있는 ATS신호실 사이에 위치해 있다. 양쪽 신호실 모두에서 전파를 받아 신호를 조절하게 돼 있다. 가뜩이나 복잡한 신호전달 체계가 두 번 겹치게 된 셈이다. 서울메트로 측은 당초 ATO 교체 완료 시기를 2012년으로 잡아놨다. 하지만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계속 미뤄졌다.

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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