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기업의 도산<구조적 약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총 매출에 대한 수출비중이 높을수록 상대국 수입규제조처에 따른 타율적 도산의 위험도 높아진다. 일본에선 벌써 수출형 도산이 두드러지게 늘고있다. 일본은 미국과 EEC에 집중호우 식으로 수출을 늘렸다. 이런 수출증가는 당연히 기업의 매출증가로 나타난다. 늘어나는 수출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과감히 생산설비와 인원을 늘렸다. 그러나 집중 호우식 수출증가는 상대국에 마찰과 반발을 일으켜 어떤 형태로든 수입규제 조처를 촉발한다.

<수출형 도산도>
수입규제엔 수입국이 「쿼터」제 실시와 같이 직접적인 통제수단을 쓸 수도 있고 수출국이 자율규제를 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어떻든 이런 조처가 한번 나가면 수출국의 기업은 녹는다.
그 충격이 크면 수출기업은 연쇄도산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한때 일본에선 「트랜시버」(휴대용 송수신기) 의 대미수출이 「붐」을 이루었다. 수요가 워낙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에 20여개 사에 불과했던 「메이커」가 1백20개 사로 늘었다.
「메이커」들은 하루라도 빨리 선적하기 위하여 정식주문도 받기 전에 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미국의 연방 통신위가 23「채널」을 40「채널」로 바꾸도록 규격변경조치를 했다. 이렇게 되자 종래 규격의 재고품이 산과 같이 쌓이고 설비투자의 과잉으로 「트랜시버」생산업체가 연쇄적으로 문을 닫게 되었다. 이런 경우는 기업으로선 그야말로 손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서 마르는 고사형이다.
일본의 전탁부품 「메이커」시스테크 사의 도산도 같은 「케이스」다.
「시스테크」사는 TV 「게임」기구 등 전자부품을 미국에 주로 수출, 한때 성장기업으로 각광을 받았으며 매상은 매년 2배씩 늘어갔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테크」사의 쾌주 뒤엔 치명적인 약점이 도사리고 있었다. 「시스테크」사는 수입상의 생각에 따라 생산량이 좌우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제품을 독자적으로 개발, 미국시장에 파고든 것이 아니라 수입상의 주문에 따라 부품을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자체가 항상 불안한 상태였던 것이다.

<멍드는 과잉시설>
미국시장에서 전탁수요가 급격히 줄고 한국·대만·「홍콩」등 저임금·저 가격을 무기로 한 대미수출경쟁이 격화되자 「시스테크」사에의 주문은 급전직하로 떨어졌다.
「시스테크」사는 시설투자를 늘리면서 대금 난이 심화했기 때문에 약속어음으로 대금을 받는 국내시장 출하를 될 수 있는 대로 줄이고 즉시 현금이 들어오는 수출에만 주력했다.
이런 기업체질에서 수출의 격감은 경영난을 급속도로 심화시켜 결국 도산의 수령으로 빠져들고 말았던 것이다.
매우 사소한의 일 같지만 경영자의 여성문제도 도산의 큰 요인이 된다.
기업경영자가 여성문제를 일으키면 종업원의 의욕을 저상시켜 기업을 곤경으로 끌고 간다는 것이 과거의 경험적인 추세다.
즉 기업은 어느 의미에서 철저한 상하관계를 골격으로 하고 이를 토대로 기업질서가 유지되고 조직이 움직인다. 특히 기업의 성격이 생활공동체의 성격이 강한 동양에선 더욱 그렇다. 그러나 경영자가 여자문제를 일으키면 상하관계의 기준이 일시에 무너지고 경영자에 대한 종업원의 존경과 신뢰도 없어진다.
회사가 어려울 때의 경영자의 여성문제는 도산의 큰 촉발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특별취재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