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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가 따로 있나요? … 시부모께 매주 감사 편지를 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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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 전상서’ 1500여 통. 결혼 생활 28년간 매주 1통 이상 꼬박꼬박 시부모께 문안 편지를 쓴 며느리가 있다. 아산시 풍기동에 사는 김미영(56)씨는 서천의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께 편지를 띄우는 게 습관이 됐다. 덕분에 시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오늘은 어버이날. 부모와 시부모께 손으로 쓴 보은의 편지를 선물로 드려 보자. 김씨에게 편지 쓰는 법을 들었다.

김미영(왼쪽 사진)씨가 어버이날을 맞아 충남 서천에 있는 시부모께 드릴 편지를 정성스럽게 쓰고 있다.

“시부모님을 처음 뵈었을 때 차갑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성격도 약간 무뚝뚝하신 것 같았죠. 두 분 앞에서 속마음을 털어놓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제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썼습니다.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만날 때마다 따뜻한 말씀을 많이 해주시죠.”

김씨의 편지는 며느리와 시부모 간 벽을 허무는 역할을 한다.

충남노인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시아버지 김병선(77)씨는 아산에서 5일장이 열릴 때마다 서천에서 와 며느리 손을 잡고 시장 나들이를 한다. 김씨는 시아버지와 함께 시장을 둘러보면서 “아버님 저 이거 사주세요”라며 애교를 부린다. 그런 며느리가 싫지 않은지 시아버지는 지갑을 꺼내 계산한다.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김씨는 “우리 시아빠”라며 자랑한다.

“시아버지와 함께 장 보러 갈 땐 어린애가 된 듯한 기분도 들어요. 이렇게 시부모님과 화목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정성스럽게 써드린 편지 덕분인 것 같아요.”

김미영씨의 정성 어린 손 편지는 자신은 물론 온 가족을 바뀌게 했다. 약간은 차가웠던 시부모님은 한없이 부드러워졌고, 김씨 역시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게 됐다. 남편은 언제나 김씨에게 감사하며 가정·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됐다.

“결혼 생활 초기에는 시부모님께 한 달에 열 번 이상 편지를 써왔는데 지금은 한 달에 네 번 정도로 줄었어요. 주로 어버이날 같은 기념일이나 시부모님 생신 또는 남편 생일 때 편지를 꼭 써드리죠.”

손 편지로 가족 사랑 더욱 돈독해져

김씨가 편지를 쓰면서부터 부부는 결혼기념일과 생일 때 상대방 부모님을 먼저 챙기는 게 습관이 됐다. 남편 생일에 김씨는 시부모님께 편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아들을 낳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남편도 장인·장모님께 전화로 안부를 묻고 “딸을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전한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이 있지만 김씨 덕에 시누이들도 많이 달라졌다. 특히 그들의 자식에게 “너도 할아버지·할머니께 편지를 써라”고 권유하고 항상 시부모를 챙기는 김씨에게 “고맙다, 든든하다”고 칭찬한다.

“시부모님이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시누이들이 자주 얘기해요. 덕분에 가족 전체의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하죠. 우리 아이들에게도 본보기가 되는 것 같아요. 가끔 스마트폰 대신 편지로 자신의 의견을 제게 전해요.”

김씨의 시부모님은 며느리가 결혼 초기부터 써 보낸 편지를 모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떨어져 살기 때문에 자주는 아니지만 가족이 모일 때면 편지가 든 상자를 꺼내 읽어주기도 한다.

“아버님께서는 제 편지를 몇 번이고 읽어 보세요. 부끄럽지만 그런 아버님의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편지를 쓸 생각이에요.”

김씨는 요즘 같은 디지털시대에 손 편지 한 통이 따뜻한 가족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요즘 스마트폰 없는 사람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손으로 직접 쓰는 편지는 잊혀 가고 있죠. 하지만 편지 한 통을 정성스럽게 써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네주면 스마트폰의 메시지보다 훨씬 감동을 받을 것입니다. 5월 가정의 달에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에게 편지를 써 보세요. 사이가 더욱 돈독해질 겁니다.”

김씨는 손 편지의 효과를 얘기하며 미소를 지었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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