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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나무로 일어서다”...한해 수출 40억불 스웨덴의 삼림산업|<글 박중희 사진 이창성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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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나무에서 돈이 자란다 하면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을게다. 그러나 「스웨덴」의 경우 그것은 전혀 허황된 소리는 아니다. 한해(75년) 나무 덕으로 「스웨덴」사람들은 수출만으로도 1백53억 「크로나」, 약40억「달러」라는 거금을 벌었다.
「스웨덴」이란 인구 8백20만의 작은 나라니까 그건 대단한 액수다. 그건 지금이 북구사람들이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의 5분의1에 해당한다.
목재로 26억「크로나」, 「펄프」로 55억「크로나」, 지류로 61억「크로나」. 모두 기십억「크로나」짜리 식의 소위「삼림산업」은 이 나라에선 기계류(전 수출고의 27%) 에 다음가는 수출산업의 대종이다. 나무에서 돈이 자란다고 할만도 하게됐다.

<펄프수출은 세계 2위>
워낙 「스웨덴」이란 「나무로 일어선 나라」라고 해도 괜찮다. 우선 나무가 많았다. 그렇게 까마득하게 위도 높은 북쪽나라인데도 훈훈한 「걸프」해류 덕을 입어 널찍한(45만평방 ㎞)국토의 55%는 침엽수 등 삼림으로 덮였다.
그렇게 많은 나무들은 몇 백년내 이 나라사람들에게 방을 덥히는데 연료를 줬고, 공장들을 움직이는 동력을 줬고 외화를 벌어들이는 장사밑천을 갖다주었다. 물론 나무를 연료로 때거나, 숯으로 증기기관을 움직이는 따위의 세월이 마냥 길게 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세계의 나라들이 공업화되고 소비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지류의 수요가 대신 크게 늘어났고, 이에 따라 산업체제를 그때그때 적응시켜온 「스웨덴」사람들에겐 나무는 언제나 큰 재화구실을 해 온 것이다.
오늘날 「스웨덴」은 각종 「펄프」의 수출총량에서 「캐나다」에 이어 세계 제2위, 지류에선 「캐나다」·미국에 이어 제3위를 차지한다. 미국·「캐나다」가 인구면에서 그들보다 몇10배나 큰 나라들이니까 매인당 생산고(각종 「펄프」의 총생산은 8백35만t, 지류 4백50만t)나 수출고에선 「스웨덴」은 차위를 멀리 띄어놓은 세계 최정상이다.
종이·「펄프」만들기가 큰 산업으로 빚을 보게 된 것은 그것이 문명의 척도가 된다고 할 만큼 지류소비량이 구미 여러 나라에서 대폭 늘어나온 때문이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한사람이 매해 써 없애는 종이량은 서구에선 평균 1백21㎏, 「스웨덴」은 2백12㎏, 미국쯤 되면 2백65㎏에 달한다.
세계를 통 턴다면 총수요량은 작년에 1억5천5백t, 80년에 가서는 그것이 2억t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러니까 나무나 종이 장사가 결코 작은 장사일 수는 없다.
그러나 나무란 하루아침에 자라는 것도, 아무데서나 자라는 것도, 그리고 무진장 자라는 것도 아니다. 「스웨덴」사람들이 나무도 한몫 들어 큰부자(75년 매인당 국민생산 8천2백10「달러」)가 된 것도 그저 저절로 자란 나무들을 베어내는 것만으로 된 건 아니다. 그건 그럴만한 연구나 노력의 결과였다.

<피나는 수종개량 연구>
세계최초로 「펄프」공장이 세워진 것부터가 1872년 「스웨덴」북쪽 「베르히비크」에서였었다. 수종의 개량, 적지선택·삼림관리 등에서도 그들은 엄청난 힘을 기울였다.
그들은 우선 『나무가 자라는 속도를 높였다.』 나무 하나가 벌목할만한 크기로 자라려면 북부지방에선 1백40년이 걸린다. 그런데 벌목량은 작년만도 7천7백만입방m에 달했다.
그래서 그 길이가 80년 정도로 비교적 짧은 중남부 지방에 삼림을 확장한다. 수종도 성장이 빠른 「브라질」산 「유칼립터스」(Eucalyptus), 「캐나다」원산의 특수송(Pinus coutorta)등을 파식하는 등 노력은 여러 모에 걸쳐 꾸준히 기울여져왔다.
매년 예산 5천만「크로나」로 연구개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삼림연구소(반관반민)등을 중심으로 한 과학자·연구원들의 노력의 성과를 일일이 구체적으로 늘어놓을 것까지는 없다.
55년이래 20년 남짓한 동안 「펄프」의 생산이 2배, 그리고 지류의 생산량은 3배가 늘었다면 그들이 그저 나무가 자라줄 것을 바라고 앉아온 게 아니었다는 것을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불과 4만 여명 손으로>
또 이와 같은 증가된 생산량이 소수의 인원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그 동안 이곳 삼림산업종업원들의 생산성 또한 엄청나게 늘어났음을 가리킨다. 실제 「스웨덴」삼림산업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그의 놀랍도록 높은 생산성이다.
외화 40억 달러를 버는 산업인데도 취업인원수는 노무자 3만7천명에 사무직 8천명, 합해 4만5천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통계다.
공장들은 「컴퓨터」조작 등 극도로 자동화·합리화돼 취업인원수는 연산 몇10만t급의 대형일 경우라도 그저 기백명 정도씩이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전 취업인구의 6%를 차지하는 삼림부문이 총 수출고의 21%를 점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생산성이 얼마나 높은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또 90개의 「펄프」공장, 50개의 제지공장들이 대부분의 경우 자매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원목을 바탕으로 한 산업의 합리화·기술화를 통한 수익성의 극대화를 겨냥한 것.
또 하나 보아 넘겨버리기 어려운 것은 그들의 검약이다. 「스웨덴」은 세계에서 종이를 제일 많이 쓰는 나라의 하나다. 또 동시에 종이를 제일 아끼는 나라의 하나이기도 하다. 지류 전소비량의 30%는 다시 수집돼 제지의 원료로 다시 씌어진다.
「크래프트」지의 원료로 매년 사용되는 폐지량은 작년 한해 45만t, 그 량은 80년대에 가서는 곱으로 늘 것이라는 게 제지협회 측의 말이었었다. 산에 덮인 게 나무인대도 그들은 쓰레기통의 종이 한 장도 낭비하려들지 않았고 그들의 부의 축적에도 그런 태도가 전혀 무관한 일은 아니었을 거라는 것이다.

<공장은 거의 자매관계>
나무를 심고 키우는 일이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백년대계에 속하는 일이다. 오늘날 「스웨덴」사람들이 나무로도 잘 살게 된 것은 오래 전부터의 그들 조상들이 물려준 유산의 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혜택이란 그저 양적인 부에만 그치는 것도 아니다.
우거진 삼림으로 덮인 「스웨덴」은 그 푸르름으로 아름다운 나라의 하나로 손꼽힌다.
1년의 거의 반이 눈으로 덮이는 북국인데도 1년 언제 어디서나 자연의 녹색을 볼 수 있다. 공기도 맑다.
그래서 그들은 나무를 벨 때마다 반드시 그만큼은 또 심는다. 이런 귀한 유산이 필이 후손에게도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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