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식품 「범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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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식품공해로부터 인체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인류의 각성과 공동의 노력은 이미 1955년 9월 「제네바」에서 열렸던 「식품첨가물 합동회의」부터 이뤄졌다고 하겠다.
식품첨가물의 과도한 사용 추세에 따라 그 안전성을 평가하고 각국의 식품첨가물의 규제방침을 권고하기 위해 「유엔」비문기관인 FAO(식량농업기구)와 WHO(세계보건기구)가 공동으로 개최한 이 회의는 각국의 식품공업과 식품위생 행정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이 회의를 계기로 국제기관만이 아니라 각국 정부도 유해식품 단속을 위한 기구와 법률을 제정, 유해식품의 제조·판매과정을 감독·단속하는 활동을 벌이게 된 것이 사실이다.
우리 나라도 1962년에 「식품위생법」을, 69년에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 조치 법」을 제정했을 뿐 아니라 「유해식품대책본부」를 상설까지 하여 집중적으로 단속을 벌이고 있으나 유해 불량식품은 좀체로 뿌리뽑히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불량 부정식품의 범람은 갈수록 더하여 국민의 건강을 일상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딱한 실정이다.
이번에 보사부가 유해식품의 제조·판매, 식품제조업소의 위생시설 미비, 과대광고행위 등에 대한 행정처분을 대폭 강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식품 등의 위생관리업무처리 규정」 개정안을 마련한 것도 바로 우리 사회의 식품공해가 얼마나 극심한 지경에 이르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식품의 위생상의 위해 방지와 안전관리는 1차 적으로 식품제조·판매업자의 의무에 속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그들의 자율적 규제에만 일임한 채 방치해 두어선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만다는 것은 지난날의 경험으로도 쉽게 알 수 있는 일 아닌가.
어느 것 하나 마음놓고 먹을 수 없고 무엇 하나 안심하고 마실 수 없는 유독·부정식품의 홍수 속에서 일반 소비자는 언제까지 불안과 공포에 찬 식생활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인가, 하기야 행정처분기준강화나 처벌강화만이 능사가 아니요, 처벌에 앞서 식품제조업자들의 양식과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것도 필요하긴 하나 우리의 경우 이미 그런 단계는 지났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지 않는가.
또 이번에 고의적으로 유해식품을 제조·판매한 업소에 대한 영업허가취소 등 행정처분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규정개정도 사실 어느 정도의 실효를 거둘지 두고 볼 수밖에 없다. 행정처분의 철저 화는 「메이커」에 대한 제재로서 식품공해의 사전방지에 실효를 거두는 것이 사실이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감독행정관청의 철저한 단속활동이 수반돼야만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체에 유해한 식품을 제조한 자에겐 2년 이상 무기까지의 징역을 과할 수 있는 법률까지 엄연히 있는데도 유해식품 단속이 별다른 성과를 못 거두고 있는 현실을 감안, 유관부처는 유해식품 근절을 위해 이제 획기적인 단안을 내려야 할 때다.
식품공해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은 현대국가에 부과된 가장 중요한 임무의 하나라는 인식을 다시 한번 깨달아야 한다.
이제 식품공해는 「범죄」의 차원에서 다뤄야 하며, 식품공해의 발생 원을 억제키 위해 식품제조업소의 제조과정에서부터 유통과정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고, 유효한 감시·단속체계를 갖춰야 하고 위반사범에 대해선 가차없는 처벌로 임할 것을 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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