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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중공 접근으로 불안한 소련-그로미코 외상 방인 속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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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그로미코 외상의 최근 인도방문은 지금 소련이 안고 있는 대외 관계에서의 불안과 초조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간디 여사를 몰아낸 반공우파의 데사이 신 정권은 집권 제1성으로 『모든 나라와의 우호관계』를 내걸었다. 이는 종래의 대소밀착관계를 약화시키는 탈소 현상의 표현이기도 했다.
소련이 당황한 것은 탈소 그 자체보다도 인·중공밀착 가능성 때문이었다. 소련은 인도와 중공의 관계개선이 중공포위를 위한 브레즈네프의 세계전락이타는 아시아 집단안보구상의 붕괴를 의미할 뿐 아니라 중공의 대소도전을 고무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인도가 숙적이었던 중공과 쉽게 밀착되기도 어렵겠지만 그로미코 소련외상은 3일간의 방인 끝에 인도의 중립주의노선을 인정하고 2억5천만 달러의 차관제공에 합의, 인도의·탈소를 일단 저지하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소련외교가 궁지에서 완전히 빠져 나온 것은 아니다.
미국과의 데탕트 속에서 많은 군사·외교적 실리를 누려온 소련은 카터 집권 후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인권도전을 받고있다. 이 때문에 브레즈네프의 숙원이기도한 SALT(전략무기 제한 협상)타결은 다시 지연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최근 한층 적극적으로 중공에 접근하기 시작했고 중공은 모택동 사후 한때 완화했던 대소비만을 재개하여 중소화해 전망은 다시 어두워지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대소도전이 가세하고 있다. 소련의 2백해리 전관수역선포와 대일 어로협정 폐기로 어로상의 타격을 받고 있는 일본이 최근 한층 적극적으로 중공과의 접촉을 계속하면서 소련과의 영토분쟁 상태에 있는 4개 도서의 『절대불양보』를 선언하고 나섰고 중공은 이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미·중공 화해 이후 소련은 미·구·중공 3강이 결탁하여 반 소련 선을 결성하게 될 것이라는 공포감에 싸여 있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중공지도부는 대만해방을 연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미국과 일본을 끌어들여 경제건설과 군비강화를 통해 대소투쟁을 강화하겠다고 공공연히 외쳐왔다. 대미관계개선을 선언하고 나선 인도 데사이 정권의 비핵·비동맹 정책 주장은 인도양의 비무장화를 내건 카터의 정책과도 일치된다. 미국과 인도의 새 집권자들의 이같은 인도아 전략은 지난 수년간 인도양에 강대한 세력을 형성해 놓은 소련의 해군력에 일대 타격을 가져오고 있는데 이는 결국 아시아에서의 소련 세의 약화를 의미한다.
이같은 일련의 사태는 소련의 신경질적인 초조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소련의 고립감은 미국이 적대 관계에 있던 공산 베트남 라오스 등과의 화해에 들어감으로써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구종서 기자>

<아시아 외교일지>
▲72·2=닉슨 중공방문
▲72·9=다나까(전중) 중공방문
▲73·l1=브레즌프 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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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6= 중공, 태국·필리핀과 국교수립
▲75·8=쿠데타로 방글라데시 친소정권 붕괴
▲75·10=중공, 방글라데시와 수고
▲75·11=네·윈 미얀마 수상방중
▲76·4=중공·인도 10년만에 관계정상화
▲76·6=소련, 필리핀과 국교수립
▲77·1=방글라데시 국가대표(계엄총사령관) 방중
▲77·3=중소 국경회담 결렬
▲77·3=인도, 정권교체 중립선언
▲77·4-미국 특사, 월맹·라오스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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