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10년간 위생 검증 또 검증 … 오바마 방한 직전 수출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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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이 미국 수출길에 오르기까지 한·미 양국은 10년 동안 밀고 당기는 외교전을 치렀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외국인들이 서울의 한 식당에서 삼계탕을 먹는 모습. [중앙포토]

“한국은 미국에 더 많은 물품을 수출하고 있고, 미국민들은 계속해서 상점에서 더 많은 한국 제품을 보게 될 겁니다. 삼계탕을 포함해서 말이죠.”

 최근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3년 차로 접어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성과를 평가하며 굳이 삼계탕을 언급했다.

 지난달 25일 한·미 정상회담 뒤 양국이 내놓은 공동 설명서(Joint Fact Sheet)에서도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처(FSIS)가 가금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국가 목록에 한국을 추가했다. 이 덕분에 미국 소비자들은 한국의 삼계탕과 같은 제품을 즐기게 될 것”이라며 삼계탕을 한·미 무역 증대의 상징으로 강조했다.

 삼계탕이 양국 정상회담의 의제가 된 이유는 뭘까. 자그마치 10년 동안 벌어진 양국의 밀고 당기기가 배경이다. 삼계탕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고유 식품 한 가지를 외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상상 이상의 외교전을 치러야 한다.

 한국이 미국에 삼계탕 수입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2004년 4월이었다. 멸균한 삼계탕은 닭에서 발생하는 뉴캐슬 병원체가 전파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이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는 기대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식품 위생 검증체계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한 오판이었다.

 미국은 한국의 위생체계가 미국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어야 하고, 닭의 도축과 위생처리 및 가공 등 삼계탕을 만드는 전 과정이 미국의 위생 관련 규정(HACCP)에 맞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ACCP 인증에만 8년이 걸렸다. 외교부 관계자는 “2012년 말 미국 정부가 관보에 한국산 가금육 수입을 허용한다고 공시한 뒤에도 추가 검증을 요하는 의견들이 접수돼 후속조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처리가 탄력을 받았다”며 “그 덕분에 오바마 대통령 방한 직전에 삼계탕 등 가금육 가공품의 수출이 최종적으로 허용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수출뿐 아니라 삼계탕의 중국 수출도 현안 가운데 하나다.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서울 시내 삼계탕 음식점 방문은 필수 코스가 될 정도로 삼계탕은 인기가 많다. 미식가의 천국으로 불리는 중국에도 닭에 인삼과 대추 등을 넣고 끓이는 삼계탕 같은 음식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삼계탕 수출의 발목을 잡은 것이 바로 인삼이었다.

 중국 정부가 인삼은 열을 내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해서 보건식품으로 분류해 까다로운 등록 절차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2012년 중국 정부가 인삼을 보건식품에서 제외하면서 수출에 물꼬가 트이는 듯했지만, 이후 행정절차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외교부는 지난 3월 말 중국과 품질감독검사검역회의를 열고 삼계탕 등의 수출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 논의된 또 다른 이슈는 2010년부터 수출을 추진하고 있는 김치였다. 중국에는 김치와 비교할 만한 발효식품이 없기 때문에 ‘파오차이’라는 중국식 채소 절임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하지만 발효 과정에서 많은 유산균이 나오는 김치가 100g당 대장균군 수 30마리 이하라는 파오차이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검역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발효가 모두 끝난 묵은지는 수출이 가능하다.

 통관 절차상 검역을 철저하게 시행하는 호주의 경우 1999년 우리나라 배를 수출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건강식품으로 보는 오미자차와 인삼차를 한방재료를 사용한 약품으로 분류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식품 검역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국내 산업과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이를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며 “중국과의 검역회의에서도 우리가 김치, 삼계탕을 이야기하자 중국은 리치 수입의 협조를 요청했는데, 우리만 100% 얻을 수는 없기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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