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일정상의 대한 인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워싱턴」에서 진행중인 미일 정상회담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결국 주한미군 문제가 어떻게 논의 되느냐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미 양국의 소관사인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미·일간의 논의에는 물론 한계가 있다.
다만 주한미군의 존재가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전체의 안전 및 균형과도 유관하다는데서 일본의 판단과 입장은 존중될만한 근거를 지닌다 하겠다. 어떤 의미에선 직접 당사자인 우리에 비해 객관적이고 국제적으로 설득력 있는 평가가 가능할는지도 모르겠다.
「카터」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일본의 완전한 이해와 참여』하에서 이를 다루겠다고 한 이상, 어차피 이 문제가 이번 미일 정상회담의 중요 논점인 것은 분명하다.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일본정부와 「후꾸다」 수상의 견해는 기본적으로 신중논인 것 같다. 취약한 국내정치 기반에 대한 정치적 고려와 함께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방위분담 압력을 받을지 모른다는 의구가 겹쳐, 그동안 「후꾸다」 수상의 태도는 몸을 사리는 듯한 모호함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한 태도는 역시 다분히 표면적인 정치적 「제스처」였던 것 같다. 최종단계에서 밝혀진 일본정부의 대응 태도를 보니 대체로 우리가 예상하던 선이다.
즉 주한미군 문제는 이 지역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게 그 기조라고 보겠다.
일본이 보는 「균형의 유지」란 군사적 군형뿐 아니라 정치·외교·심리적 균형을 포괄하고 있으며, 현재는 그 균형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현실 인식이다. 그리고 그렇게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인자의 하나가 주한미군의 존재라는 것이다.
때문에 주한미군의 철수는 4강과 남북한간에 신중하고 정밀한 보완조처가 강구되지 않는 한 군사면에서 뿐 아니라 정치·외교·심리적으로도 이 지역의 균형을 저해한다고 보는 것이다.
주한미 지상군을 「철수」가 아닌 「감축」으로 표현하고, 감축시한을 못박지 말며, 사전에 대한 방위 공약 준수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일본의 구체적 주장이 모두 이에서 비롯된다.
역시 일본이 동북아의 일원이라서인지 일본의 보는 눈은 우리의 시각과 근사하다.
그러나 일본의 이러한 비교적 현실적인 인식이 미국에 얼마나 먹혀들 수 있을는지는 미지수다. 기본적으로 국가간의 영향력이란 호혜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안보부담에 얹혀 경제적 번영을 이룩한 일본이 어느 정도 이 지역의 방위와 번영에 기여할 태세가 되어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일본의 처지에선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 방침은 장기적으로 일본이 방위부담을 늘리도록 압력을 넣는 수단이란 측면이 있다. 때문에 일본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에 따라 일본의 견해에 대한 미국의 대응태세에도 진폭이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미·일간의 사정은 조치하더라도 아뭏든 「카터」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문제에 관한 「후꾸다」 수상의 인식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선 또 69년과 75년의 미일 정상회담에 이어 「신·신한국조항」이 마련되리라고 한다. 「한국의 안전」과 「일본의 안전」을 직결시켰던 69년의 인식이 75년엔 「한국의 안전」→「한반도의 평화유지」→「일본을 포함한 동 「아시아」 평화와 안전」으로 간접화 됐다가 이번에는 다시 「한반도의 안정」→「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안정」으로 추상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묘한 인식 형태의 변화는 우리에게 달가운 것일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은 변화해 가는 국제정세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결국 우리로서는 우리 안보에 대한 더욱 무거운 책임을 자각하게 하는 변화인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