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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당뇨 있는 50대, 다리 통증 느끼면 말초동맥질환 의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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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 천안병원 심장내과 의료진이 말초동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경피적 혈관 성형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순천향대병원]

걸을 때 다리가 저리거나 아프면 허리디스크나 관절염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말초동맥이 막혀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말초동맥질환은 방치하면 다리는 물론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심각한 병이다. 이 때문에 내버려뒀다가는 큰 병으로 키울 수 있다. 노인 인구 증가와 생활습관 서구화 추세로 말초동맥 환자가 늘고 있다. 원인과 예방·치료법을 알아본다.

# 당뇨를 앓고 있는 안성진(가명·62·천안시 신부동)씨는 얼마 전 왼쪽 발가락에 상처가 생겼지만 좀처럼 낫지 않고 통증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 혈관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다. 팔과 발목 혈압을 재고 하지동맥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를 받은 결과 다리 말초동맥이 상당히 좁아져 있었다. 안씨는 약물치료로 좁아진 혈관을 다시 넓혀주는 혈관 성형술을 받았다. 별일 아니라고 방치했다면 큰 고통을 겪을 뻔했다.

 # 윤재남(가명·57·아산시 권곡동)씨 역시 당뇨 환자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파 걷지 못하는 파행증으로 고생을 했다. 파행증은 다리로 가는 동맥이 막히거나 허리신경이 압박을 받아 생긴다. 척추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해 동네 척추병원을 찾았다가 정밀검사를 받으러 대학병원에 갔다. 검사 결과, 안씨처럼 다리 말초동맥이 많이 좁아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씨와 윤씨가 앓고 있는 병은 말초동맥질환이다. 말초동맥질환은 50세 이상에서 발병률이 매우 높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으로 인해 생긴다. 특히 고혈압이 있는 남성은 2.5배, 여성은 4배나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말초동맥질환 환자 대부분은 뒤늦게 자신의 병을 안다. 말초동맥이 50~70% 이상 막혀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기 진단이 어려워 치료 시기를 놓치기가 쉽다. 심할 경우 상처가 잘 아물지 않고 피부 궤양이나 괴사가 발생해 다리를 잃을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말초동맥질환은 팔과 다리에 혈액을 공급하는 말초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생기는 혈류장애다.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해 주는 관상동맥을 제외한 우리 몸의 모든 동맥에 광범위하게 생긴다.

말초동맥질환이 가장 흔히 발생하는 부위는 엉덩뼈 뒤에 있는 장골의 동맥을 비롯해 하지동맥·콩팥동맥·목동맥이다. 쇄골하동맥·척추동맥·대동맥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운동 부족·흡연도 위험 인자

말초동맥질환이 생기는 원인의 90%는 죽상동맥경화의 진행으로 인한 것이다. 죽상동맥경화는 녹과 이물질이 쌓여 수도관이 좁아지는 현상과 비슷하다. 동맥 안쪽 막에 콜레스테롤이 달라붙거나 동맥내피세포가 증식되면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힌다. 죽상동맥경화가 진행되면 말초혈관으로 피를 보내지 못하는 혈류장애가 뒤따르게 된다. 죽상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위험인자는 당뇨·고혈압·고지혈증 등이다. 흡연이나 운동부족 같은 잘못된 생활습관도 크게 작용한다. 이 같은 위험인자를 지닌 사람은 말초동맥질환에 걸리기 쉽다. 심근경색·협심증·중풍 환자도 발병 위험성이 높다.

말초동맥질환이 생기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주된 증상은 파행증이다. 다리통증으로 인해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것이다. 파행증 외에 잘 낫지 않는 족부 궤양, 다리 감각 이상을 비롯해 겨울만 되면 유난히 손발이 시리고 저린 증상이 있거나 손발이 하얗게 변하는 것도 말초동맥질환의 신호다.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약물치료부터 혈관 성형술 치료

심장내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에서 비교적 간단하게 말초동맥질환 유무를 진단할 수 있다. 발목과 팔에서 혈압을 측정해 비교해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발목 혈압이 팔의 혈압보다 10% 이상 낮게 나오면 혈관이 좁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다리동맥혈관CT나 MRI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말초동맥질환 치료법은 동맥의 막힌 정도에 따라 다르다. 증상이 가볍거나 동맥의 막힌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약물치료와 함께 금연, 운동요법, 위험요인 관리를 하면 된다. 당뇨와 고혈압을 동반한 심혈관계질환 환자에겐 적절한 약물요법과 생활습관 교정이 필요하다. 적절한 약물요법은 증상 완화뿐 아니라 심혈관계 합병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조금만 걸어도 통증이 나타난다든지 CT검사에서 혈관이 거의 막힌 경우라면 수술이나 말초혈관 중재 시술을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수술보다 중재시술을 많이 하는 편이다. 중재시술은 ‘경피적 혈관 성형술(PTA, Percutaneous Transluminal Angioplasty)’이라고도 부른다. 심장혈관 치료와 마찬가지로 국소마취를 한 뒤 막힌 동맥에 가느다란 관을 삽입해 뚫어주고, 넓혀주는 방법이다. 최근 수년간 시술 기구 발달과 시술법 발전으로 치료 결과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닥터 Q&A] 척추질환과 증상 비슷 … 운동할 때 통증 발생

Q 말초동맥질환과 척추질환의 차이점은.

A 척추질환은 대개 허리를 숙이거나 다리를 들 때, 그리고 자세를 바꿀 경우에 통증이 생긴다. 하지만 말초동맥질환은 자세 변화보다는 주로 운동이나 활동을 할 때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Q 말초동맥질환을 예방하려면.

A 말초혈관질환의 근본적인 예방은 죽상동맥경화의 위험인자인 당뇨·고혈압·고지혈증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금연·운동을 하고 올바른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다른 동맥경화로 인한 질환과 똑같이 위험인자를 잘 관리하고, 심·뇌혈관질환이 있으면 반드시 다리 혈관은 괜찮은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철저한 발 관리도 필요하다. 발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고 보습제로 발을 촉촉하게 유지해야 한다. 신발은 꽉 끼지 않게 신는 것이 좋다.

글=강태우 기자 , 도움말=박상호 순천향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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