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미 조야의 진중론|김영희<본사 워싱턴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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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미·카터」미국 대통령이 3월9일 자신의 주한미군 철수 공약은 확고하다고 밝힌 이래 미군 철수가 적어도 원칙적으로 기정 사실로 굳어지고 있음에 따라「카터」대통령이 군부의 반대를 어떻게 다스리고 있는가가 주목된다.
「카터」는 그날 기자 회견에서 한국군의 전투력 향상에 관해서「존·베시」「유엔」군사령관의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는데「베시」장군이야말로「카터」의 대통령 취임 직전에 철군의 위험성을 지적한 사람이다.
「베시」사령관은 1월10일「워싱턴·포스트」지에 보도된 회견 기사에서 남침 회랑에 배치된 미제2보병사단을 철수하면 전쟁 재발의 위험성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포드」행정부의 마지막 육군장관「마틴·호프먼」과 육참총장「버나드·로지즈」도 2월8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주한미군 철수는 한반도의 안정과 동북아의 세력 균형을 뒤집는다고 말했다. 「카터」자신이 임명한 육군장관「콜리포드·알렉산더」도 군부의 철군반대 입장을 착실히 반영하는 자세를 취하고있다.
그는 3월4일 의회에서 주한 미군이 있어야 동북아의 안정이 유지되고 소련과 중공이 북괴의 남침 도발을 견제한다고 주장했다.「카터」가 철군 결의를 재확인하고 국가안보회의가 철군 계획을 작성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은 뒤에도 철군 반대의 소리는 계속 들린다.
「모리스·웨이스너」미 태평양지구 사령관은 지난 11일 한국군의 전투력 증강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계속 주둔은 필요하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그런 입장은「홀브루크」국무차관보가 지난 10일 의회에서 북괴의 남침 위협이 계속되고 있지만 철군은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말한 입장과는 대조를 이룬다.
「브라운」합참의장도『주한 미군은 한국 안보에 대한 미국 공약의 구체적인 표현』이라고 지적하고『미군은 북괴 남침을 지지함으로써 동북아 전체의 안정에 기여하고 있으며 미국의 전진방어 전략에 주한 미군은 다른 방법으로 대체될 수 없는 긴요한 존재』(78년 국방태세 보고 =1월25일)라 강조했다.
의회 쪽에서도 행정부 이상으로 주한미군 철수에 신중론을 펴는 인사들이 수는 작지만 계속 반대 발언을 하고 있다.
상원외교위원장「존·스파크먼」(민)은 분쟁 재발시 미군의 즉각적인 자동 개입을 막기 위해 2사단을 후방으로 이동시키라고 제의하면서도『미국의 대한공약은 북괴의 남침 저지를 보장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일·대중공 전략상 아직도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주한미군 철수에 신중하라고 경고했다(2월28일 상원외교위 발언).
공화당의「퍼시」상원의원은 49년의 미군 철수와 50년의「에치스」선언 이후 북괴가 남침했음을 상기시키면서『한국은 서구와 마찬가지로 상당기간 미군이 주둔해야 할 지역』이라고 지적, 철수에 신중을 기하라고 주장했다(2윌28일 상원외교위 발언).
미국의 유력지들도 철군의 원칙은 받아들이면서 그 방법론에 있어 신중론을 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지난 26년 동안 3만3천명의 생명을 희생시키고 1백억「달러」이상을 한국에 제공했음을 지적하면서『성급한 철수는 한반도의 세력균형을 깨고 김일성을 고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요크타임스」도 연초『한국·일본, 심지어는 중공까지도 주한·주일 미군을 날로 증강되는 동「시베리아」의 소련 육·해·공군에 대한 대항세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의 미군 철수는 한국·중공·일본의 국민들을 모두 경악시킬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11일에는 해설 기사에서『주한미군 철수가 북괴의 군사행동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카터」행정부의 각료들 중에도「밴스」국무와「브라운」국방장관은 주한 미군이 동북아의 안정 유지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주장한다. 다만 이미 결정된「카터」의 방침을 수행하는 입장에서 강조하는 측면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브라운」국방장관은『시간이 흐름에 따라 주한 미군의 존재에는 변화가 있을지 모르나 서태평양의 미군을 지금 수중으로 유지하여 북괴의 공격에 즉각 대처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전진 방어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명참 지원과 전술 공군의 지원이 필요하다』(하원군사위 증언=2월22일)고 말하면서 주한미군 철수가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안보 지원의 소홀을 가져올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밴스」국무장관은『철수 대상은 지상군이며 그것도 한국·일본과의 사전 협의를 거쳐 신중히 처리될 것』(상원외교위 장관인준 청문회=1월11일)이라고 말하고『대한 군사원조를 인권 문제와 관련시켜 삭감해서는 안 된다』(상원세출위 증언=2월24일) 고 강조했다. 철군 반대측은 주한미군이 갖는 분쟁 발발 이전의 억지력에 중점을 두는 반면 행정부 측은 유사시 미군이 선택의 여지없이 자동적으로 개입되어 중소의 개입을 불러오고 결국은 지역 분쟁을 강대국간의 충돌로 확대시킬지 모른다는 위험성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전술핵 문제에서 더욱 잘 드러나 있다. 행정부측은 한국의 핵을 ①현재로는 사용 가능성이 희박하고 ②적에 탈취될 위험이 높으며 ③적으로부터 너무나 가까와 유사시 사용여부 결정에 선택의 여지가 없고 ④핵사용의 경우 세계의 도덕적인 규탄과 함께 중소의 핵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 군사적인 희생이 너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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