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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박사와 한국 휴전…미국무성의 평가|"체면 깎으면 협력 얻기 어려운 사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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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다음은 지난 6일 공개된 53년 휴전 직전의(53년7월16일) 상원외교위 청문회 기록 중 휴전에 동의하게 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입장에 관한「로버트슨」당시 국무차관보의 증언부분을 간추린 것이다. 【편집자 주】

<중략>
로버트슨=이 박사는 우리와 뜻을 같이하기 위해 태도를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껏 그가 요구했던 것의 거의 모두를 포기해야 했던 것이다. 여러분도 동양인에 대해 잘 알겠지만 국민들에게 체면을 잃지 않고 심의를 정당화시키는 것은 그로서도 아주 힘든 일이었다. 그의 체면을 깎으면 깎을수록 그의 협력을 얻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내 생각으로 이 박사는 한국 문제에서 중심적 인물이고 건강이나 정신력으로 보아 몇 해 더 버틸 것이다. 우리가 그를 좋아하든 않든 그와 대체할 인물이 없으니까 그를 상대할 수밖에 없다.
그는 자신의 야심을 이루기 위해 필요하다면 한국뿐 아니라 온 세계도 파멸로 이끌 만큼 무자비하고 황망스럽고 이기적인 개인 권력의 추구자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지만 나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목포는 언제나 한국인의 장기적인 이익에 두고 있다. 「패트릭·헨리」가 1775년『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했던 것이 허황된 소리가 아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 박사의『우리나라에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소리도 헛된 소리가 아니다.
이 박사는 휴전을 심히 불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결코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세계와 한국민에게 선언했던 많은 문제에서 하나씩 차례로 후퇴했다.
첫째 그는 휴전조약 서명에 앞서 중공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중전의 요구를 포기했다.
둘째 그는 다음과 같은 말로 통일문제를 다룰 정치회담을 여는데 동의했다. 즉『우리는 한국민의 기본적인 국가적 목적이며 필수 요건인 조국의 정치적 평화적·통일 성취를 위해 전폭적인 협력을 다할 것이다.』
세째 그는 모든 반공포로를 즉각 석방하여 그를 자신이 선택하는 제3국으로 보내야 한다는 종전의 주장을 포기했다.
네째 그는 휴전조약 조인 전에 상호 방위조약이 비준돼야 하며 조인 전에「트루먼」의 확약을 받고「아이젠하워」대통령과「덜레스」장관·상원 지도자들로부터 방위조약 협의가 재개되면 비준하도록 압력을 넣겠다는 확약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포기했다.
다섯째 처음으로 그는 휴전협정을 방해할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서면으로 동의하고 확인했다.
그는 서한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록 우리로서는 휴전협정에 조인할 수 없으나 휴전협정아래서 우리의 국가 존립에 유해한 조치나 행위가 취해지지 않는 한 그것을 방해하지 않겠다.』
우리가 합의하지 못 한 두개의 문제가 남아있다. 이 대통령이 정치회담에 관해 미국의 개입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 하나다.
90일 후 정치회담이 계속 질질 끌고 또 북괴로부터 중공군의 철수와 한국의 통일에 합의를 이루는데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확실하게 될 경우 미국은 한국과 함께 전투를 재개하기로 동의해야 한다고 이대통령은 처음부터 주장했다.
본인은 이대통령에게 미국에서는 의회가 전쟁을 선포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행동의 완전할 자유를 유지할 것이다. 협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정전은 깨진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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