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울트러·라이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우익」이란 말은「프랑스」혁명의 산물이다. 국민공회(1792∼95년) 당시 의장석으로부터 오른쪽에는「지롱드」당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들은「브르좌」상인들과 온전한 공화주의자들의 대변자로서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공회의 한가운데는 역시 중도파, 왼쪽에는 급진파인「자코벵」당이 앉아 있었다. 중도 노선이나 좌익 등도 여기서 유래한 말이다.
영어에「미스터·라이트」(Mr. Right) 라는 말이 있다. 신랑감, 혹은 신부감으로 알맞은 사람을 그렇게 부른다. 필경 말쑥하고 예쁘장하고 얌전한 젊은이를 연상하는 말 같다.
바로 그「라이트」라는 말이 우익을 지칭할 때도 쓰인다. 영어에서 우익이란「라이트」와「정의」를 뜻하는「라이트」 똑같은 학어인 것은 우연일까.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온전한 보수주의는 어느 시대에나 위험부담이 적다. 이를테면 장삼이사가 이 세상을 살아가기에 가장 편리한 생활 철학일 것도 같다. 그것이 곧 사물을 옳게 판단하는 정확한 척도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은 이「라이트」라는 말이 진일보해서「울트러」(ultra=극)라는 말과 함께 쓰이고 있다. 뜨뜻미지근한 온건론 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울트러·라이트·윙」은 따라서 초 국가주의 혹은「파시즘」을 의미하게 되었다.
전후의 일본에서는 60년대의 이른바 안보 파동과 함께 그런「울트러·라이트·윙」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일본 경시청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우익단체는 현재 5백50개에 이르며 12만명의 회원이 있다. 이 가운데 행동적 우익은 50여개 단체에 2만1천 여명.
대일본 생산당·국민동지회·대일본 애국망·「히노마부」청년대·방공 정신대…. 그 이름도 각양각색이다. 「순황」「애국」「국수」「보국」「욱심」「국수」「의인」「천의」등은 가히 그「극」을 실감할 수 있게 한다. 이들 우익의 행동을 상징하는 사건은 일본의 인기작가「미시마」의 할복이다. 지난 70년 그는 일본 자위대의「쿠데타」를 절규하며 자위대의 영내에서 할복자살했었다.
그는 역시 극우 단체인「다데·노·까이」(방패의 모임=순의회)라는 사설군대를 만들어 보수 혁명을 외치고 있었다.
일본 극우파들의 주장은 한결같다. 좌익적인 평화주의자, 「미시마」의 말을 빌면, 「살롱·소실리스트」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지금의 사회체제는 개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재군비도 가능하도록 헌법을 고치고, 「아시아」평화주의 시대의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익의 이런 주장은 뜻밖에도 일본 정치와 재계의 심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것은 바로 일본의 양면성이기도 하다. 최근 미일안보 폐기와 천황 친정을 요구하며 경단련에서 난동을 부린 우익 청년들도 그런 일맥일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