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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이성교(시인)장윤익(문화평론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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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2월의 시단은 월등하게 뛰어난 작품은 없는 것 같아요. 신인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는데
작품경향은 대체로 「새로운 의미의 시」를 갈구하는 주지적인 촉으로 기운 듯한 느낌입니다.
장=그러한 경향은 70년대 후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깊은 사상성보다는 직관이나 감수성을 주류로 하고 일상적인 소재에 철학적인 인식이나 문명의 비만을 가미한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신인들의 시에선 개성이 없다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지요.
이=시관이 뚜렷하지 못한 것이 한 원인이겠지요. 형식면에서도 몇 가지 문젯점을 안구 있어요 .시의 기본 요소인 언어의 관심이라든지, 내용을 빛내는 기교 같은 것을 무시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중견들의 몇 작품들은 짜임새와 감동을 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상균씨의 『빛의 생리』, 유안진씨의 『봄날에』(이상 시문학), 강희근씨의 『천안 근방의 눈』, 권오원씨의 『원님전상서9』(이상 한국문학)등 우선 『빛의 생리』는 쉬운 언어를 구사하면서도 존재의 깊이를 절감케 하고 사물의 구심을 원시적으로 관찰하여 감동을 주고있어요.
장=같은 계열의 작품으로 오세형씨의 『무명연시』(한국문학)를 들 수 있지요. 동양의 무위 자연적 입장이나 불교사상에 입각해 우리의 삶을 참신한 감수성으로「터치」한 작품인데 현장의식을 밑바탕에 깔면서 생존의 문제를 명암의 대조적인 수법으로 나타낸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이=『봄날에』는 평범한 소품이지만 내부의 애정과 진실이, 강희근씨의 『천안근방의 눈』은 뛰어난 표현력과 호흡이 길면서도 엮어 가는 사실이 무리가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장=시에서의 언어기교가 그만큼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작품들이지요.
이=『원님전상서9』도 언어표현력에서 뛰어난 솜씨를 보였습니다. 그의 해학적인 단어와 구성력은 대단한 호소력을 주고 있지요
장=신경림씨의 『옥대문』(한국문학)과 조태일씨의『불타는 마음』(월간중앙), 황동규씨의『지붕에 오르기』, 양왕용씨의 『도회의 아이들』, 이태수씨의 『낮 달도 슬리며』(이상 현대문학)등도 개성과 문제성을 안겨준 작품들이었습니다.
이=『옥대문』은 장시「금강」에서 보여지던 현실비판이 좀더 응고화 되고 원숙해졌다고
할까요
장=전래실화를 내용으로 하고 판소리의 형식을 현대시로 변용 시킨 독특한 시 세계의 전개가 깊은「이미지」를 주고있지요
이=가장 비논리적인 시 같으면서도 내적으로는 정연한 논리성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지요.
장=『지붕에 오르기』와 『도회의 아이들』은 일상적인 여러 가지 일과 도시의 생리를 차분한 마음으로 관조하고 있어요. 아이들의 눈을 통해 문명과 도시의 병리를 파헤친 것이 양씨의 입장이라면 일상성 속에서 인생의 문제를 확대시킨 것이 황씨의 입장인 것 같습니다.
이=두분 모두 한국 시를 인물성과 정서성을 동시에 살려주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있어요 이씨의 『낮 달도-』에서 보여준 『섶나무 키만큼 자라/섶나무 뿌리 만하게 발뻗는/ 나의 꿈, 뜬구름』같은 표현은 대단한 호소력을 주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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