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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금연과 오염대기가 주범 만성기관지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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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년 이상에 걸쳐서 적어도 1년에 2∼3개월 정도는 거의 매일 담(가래)이나 기침이 나오는 상태』-
영국의 「프레처」박사가 내린 만성기관지염의 정의다.
자동차가 범람하고 공장굴뚝이 늘어나면서 두드러지게 급증한 질병의 대표급이 바로 만성기관지염. 한 때는 영국이 만성기관지염의 왕국이었다. 안개와 매연이 「스모그」를 이루어 만성기관지염의 온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대기오염이 문제가 되는 대도시의 공통현상이다. 김기호 박사(연세대의대교수·내과학)는 서울도 예외가 아니어서 옛날과 달리 만성기관지염 환자가 호흡기질환 중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호흡기 내과룰 찾는 노인들의 경우 대부분이 만성기관지염 환자라는 것.
만성기관지염을 현대병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에 있다.
대기오염 말고 만성기관지염의 발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요인이 있다. 다름 아닌 끽연.
김 박사의 조사에 따르면 만성기관지염을 앓는 환자의 75%는 하루 1갑 이상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다. 특히 담배연기를 깊숙이 들이마시는 사람에게 많다는 것이다.
담배연기나 오염된 공기는 기관지를 자극, 만성적으로 점액분비를 증가시켜 만성기관지염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김 박사는 설명한다.
따라서 담(가래)은 이 병의 중요한 증상이다. 일반적으로 검은 먼지를 많이 빨아들인 흑색이나 회색을 띤 담이 계속 나오게 된다. 만약 감기에 걸리거나 급성기관지염이 될 때는 담이 누렇게 변한다. 때로는 피가 섞이기도 한다.
기관지에 가래가 괴게되면 생리적으로 기침을 하게 된다. 가래를 배출하기 위해서다. 담배를 피우면 기침은 더욱 격심해진다.
그래서 만성기관지염 때의 격렬한 기침을 「끽연가의 기침」이라고 부른다. 기침이 심할 때는 늑골이 부러지기까지 한다고 김 박사는 말한다. 또 늑막염과 폐렴이 병발되기도 한다는 것.
그러나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폐기종이 되고, 다시 폐성심이라는 상태에서 심부전을 일으켜 목숨을 잃는 예가 드물지 않다는 사실이라고 김 박사는 지적한다. 따라서 만성기관지염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꾸준히 의사의 지시에 따라 철저하게 치료를 받아야한다는 것이다.
치료원칙은 무엇보다 담배를 끊는 것. 그리고 먼지가 많은 환경을 피해야 한다. 김 박사는 적어도 일요일 하루만이라도 교외의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도록 강력히 권한다. 새벽산책이나 주말등산, 또는 「골프」를 적극 권장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잠자리에서라도 마른 수건으로 전신의 피부를 문지르는 건포마찰은 기관지를 튼튼하게 하는데 효과적이다.
더운 공기를 들이마시는 「스팀」목욕법도 만성기관지염에 좋다. 이밖에 증상에 따라 약을 복용하는 대증요법을 시행하도록 한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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