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통합」이렇게 본다-조계종 김월서 스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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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불교통합문제는 부처님의 화합사상이나 승가이념으로 볼 때는 원칙상 하등의 이론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불교가 처한 현실여건을 냉철히 관조하면 문제점이 많습니다.』
김월서 스님 (44· 조계종 종회의원)은 불교통합은 외형적인 화합보다는 내용적인 이질성을 극복하는데 중점이 두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불교의 전통은 통불교로 종파를 허용치 않았다. 이조후기에 와서 일시 이판승·사판승 제도가 생겨 수도와 교무행정을 분리, 소위 선·교 양종체제가 수립되고 승려의 대처가 허용되었지만 그것이 한국불교의 진면목은 아니었다.
『계율상으로 보아 불가의 수도는 부처님 당시는 물론 한국불교의 전통에서도 독신수행을 하는 게 원칙입니다. 따라서 조계종과 여타 종단간의 통합은 비구· 대처라는 기름과 물 같은 근본적인 이질성을 가진 어려운 문제입니다.』
또 종단난립과 불교분쟁의 종식을 위해 지난 62년 비구· 대처의 통합종단으로 출범한 현재의 조계종은 다른 종단에도 문호가 개방된 통합종단이라고 그는 말했다.
사찰소유권 등 불교 재산문제를 둘러싼 분쟁도 불교재산 관리법이 엄연히 존재하는 한 법의 존중이 앞서야한다는 것이다. 월서 스님은 『불교의 통합은 우선 각 종단 자체내의 계파감정이 일소되고 자비정신이 깃든 새로운 불교풍토위에서 이루어질 때에만 원래의 참뜻을 살릴 수 있다』고 통합방향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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