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진통 겪는 개도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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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장기불황」 한파>
「오일·쇼크」후 선진공업국간에 경제적 격차가 심화된 것과 마찬가지로 개발도상국간에도 선발과 후발 사이엔 엄청난 거리가 벌어졌다. 「유엔」의 「개발계획」에 고무되어 60년대부터 눈을 뜨기 시작한 개발도상국들은 첫 10년 동안엔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70년대를 부푼 기대로 맞았다. 한국의 첫 5개년 계획이 시작된 것도 62년이고 고도성장이 본격화된 것은 60년대 후반부터다.
이 「오일·쇼크」의 고비를 잘 넘긴 개도국은 중진국 궤도에 들어섰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이른바 최국빈(MSA)으로 떨어졌다. 석유파동후의 장기불황과정에서 개발도상국들은 「인플레」·실업·국제수지악화의 삼중고에 다같이 시달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이 국제수지 악화로서 잔뜩 끌어다 쓴 외채를 차질 없이 갚아나가는데 대부분 아슬아슬한 저공비행을 했다. 세계적 불황으로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길은 막혔으나 외채상환기일은 사정없이 다가오므로 결국 빛을 꾸어 빛을 갚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런던」의 「유로달러」시장 등 세계 금융시장은 마비되고 돈을 움켜쥔 중동 산유국들은 위험한 개도국엔 돈을 돌려 주려하지 않았다. 금융긴축기나 불황기에 저력이 없는 중소기업이 맨 먼저 쓰러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도국에서 부도가 먼저 터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신용 굳힌 한국>
「자이르」 북괴 등이 부도를 낸 것은 세계 불황이 막바지에 달했을 때다. 86개 개도국의 대외 채무는 눈덩이처럼 커져 74년 말 현재 1천 5백억 달러에서 최근 현재 1천 8백억 달러로 늘어났다.
부도직전의 회사가 고리채라도 끌어다 급한 구멍을 메우듯 대부분의 개도국들이 이자조차도 빚으로 융통해서 지불했다. 74년 말엔 한국도 정말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겼다. 거의 부도직전까지 갔었다. 「오일·쇼크」후의 장기불황과 작년의 반짝경기를 통해 개도국들의 저력은 일단 판가름이 났다.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은 불황의 충격에서 거의 회생했고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페루, 이집트 등은 아직 요원한 형편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신용이 그 나라의 단적인 경제적 평가가 되는데 한국의 경우 「아시아·달러」시장(싱가포르)에서 상당히 기채조건이 유리해졌다. 1년 전만 해도 한국에의 융자는 1년짜리가, 작년 여름엔 3년짜리가 보통이었으나 최근엔 5년 짜리가 보통이고 7년 짜리도 있다. 물론 선진국의 경기침체로 돈 빌리기가 쉬워졌다는 이유도 있지만 한국경제의 장기전망에 대해 상당한 평가를 받고있는 것이다.

<외채압력 여전>
대만 같은 나라는 물가를 3%안으로 안정시키고 76년 중 4억 달러이상의 무역흑자를 냈고 「홍콩」은 대미 수출을 95%나 늘렸다. 대만, 홍콩, 한국 등 선발개도국은 특히 일본의 취약부문을 파고들고 있으며 서로간의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 중엔 외상 상환부담이 수출액의 20%가 넘는 이집트, 페루, 우루과이, 북괴 등 외환부도위험 국과 15%가 넘는 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브라질, 콜롬비아, 파나마, 아르헨티나, 알제리 등 요 주의국이 더 많다. 이들 개도국들은 선진국의 경기호전만 기대하고 있지만 세계경기호전의 「템포」도 느리고, 또 자체추진력도 미약하여 선발개도국과의 격차는 계속 더 벌어질 전망이다. 선발 개도국도 잔뜩 끌어다 쓴 외채 때문에 국제수지 부담이 과중하여 앞으로도 여전히 저공비행은 계속해야할 형편이다.

<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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